도심의 여름 우리 동네 가로수 길에 맥문동 보랏빛 꽃이 피어났네요. 숲속에서도 도심 속에서도 꽃은 피어납니다. 문득 돌아보면 그 뙤약볕 여름을 견디며 서있는 나무를 보면 대견스럽게 여겨집니다. 비조차 오지 않는 가뭄에도 뿌리를 깊게 내리며 견디고, 타는 듯한 더위에도 스스로 주위의 온도를 내려주며 의연히 서있는 나무들이 고맙게 여겨집니다.
아파트 단지안 바닥도 모두 보도블록이고 땅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답답함 속에서 화단의 나무들이 청량감을 더해주고 눈을 시원하게 해줍니다. 높은 아파트 빌딩 사이에서도 의연하게 자라는 나무들을 보면 메마른 마음에 윤기를 줍니다. 숨이 트입니다.
나는 아파트 정문에서 집으로 걸어갈때 일부러 빠른 길을 제치고 화단의 나무들 사이로 걸어갑니다. 계절마다 달라지는 나무들과 계절 꽃들을 보노라면 친구를 만난 듯 즐거워집니다. 늘 나를 소개할 때 ‘자연친화적인 사람’이라고 말 합니다. 매미소리도 요란하고 가끔씩 불어오는 바람이 머리카락을 흔들어 놓을 때면 기분이 더욱 좋습니다. 사람이 사는 공간이지만 식물과 곤충과 동물들이 함께 어울려 삽니다. 조화롭게 서로 돕는 세상! 아름다운 세상!
보이지 않는 돕는 손길들이 있어서 내가 여기까지 왔음을 압니다.
돌아보면 감사한 것뿐인데 가끔 우울한 기분을 느꼈던 것을 반성하며 걷습니다. 무더운 여름날이지만 나무가 있어서 참 좋습니다. 이양하님의 수필 ‘나무’처럼 나무는 자리를 옮겨달라고 떼쓰지도 않습니다.
그자리에서 눈 오면눈을 맞고, 바람 불면 바람을 그대로 맞고, 비가 와도 피하지 않습니다. 그러면서도 자라납니다. 커다랗게 쭉쭉 뻗어 자란 나무는 멋지고 의연해보여서 자꾸 올려다봅니다.
나무는 모든 고독을 압니다. 새가 날아들어도 박대하지 않습니다. 바람이 지나가며 소삭대도 받아 줍니다. 나도 나무처럼 의연하게 꿋꿋하게 자라나고 싶습 니다. 많은 그늘을 드리워서 더위에 지친 사람들이 잠깐이라도 머물며 쉼을 얻을 수 있는 휴식같은 친구가 되고 싶습니다. 올 여름 휴가는 아직도 헤어나지 못한 코로나에발이 묶여 멀리가지 못해도 도심 속 나무를 바라보며 위안을 갖습니다. 귓가에 울리는 매미떼의 울음소리도 생명의 몸짓으로 이해하며 그 신비로움에 찬사를 보냅니다.
사람들 사는 세상에 나무가 있음은 축복입니다. 나무가 있는 세상에 사람이 있는 것도 축복이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무더위가 심할 테지만 그래도 피할 그늘이 있음에 감사하면서 잘 지낼 것입니다.
장경희 웰다잉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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