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3시, 강원도 양구에 사는 아빠가 바빠졌습니다.
몇 달 전 자녀가 쓰던 어린이용 분장용품을 중고품사이트에 올렸는데
그걸 사겠다는 경기도에 사는 아빠의 연락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거창한 물건은 아닙니다.
아이들이 다 커서 필요 없게 된 어린이용품 게임 속 캐릭터로
변신할 수 있는 옷과 모자, 방패 그리고 검 등입니다.
경기도 수원에 사는 아빠는 자기 아이가 찾는 어린이 용품을 구입하고자
인터넷을 밤새 뒤지다 새벽 3시가 돼서야 마침 그 물건을 찾게 되었습니다.
평상시 뭘 갖고 싶다고 보채는 아이가 아닌데
최근에 검과 방패를 너무나 갖고 싶어 하는 아이에게 아빠는 얼른 구입해주고 싶었습니다.
인터넷으로 구입을 해도 요즘은 팬데믹 시즌이라 배달이 늦어지는데
아이는 빨리 갖고 싶어 눈물마저 글썽이고 있었습니다.
경기도 수원아빠의 말을 전해들은 강원도 양구의 아빠는
그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했습니다.
아이를 기르는 아빠의 마음은 같기 때문입니다.
한시바삐 사랑하는 자녀에게 갖고 싶어 하는 것을 안겨주고 싶은 아빠의 마음이 통했습니다.
새벽 3시, 수원에 사는 아빠는 곧바로 양구로 달려갑니다.
너무 시간이 이르니까 일단 도착하여 아침까지 기다렸다가 물건을 받을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나 자식을 사랑하는 두 아빠의 마음이 이심전심이었습니다.
새벽 6시, 두 아빠는 만났습니다. 참으로 멋지고 좋은 두 아빠입니다.
“저희 아이는 아빠가 뭐든 다 할 수 있는 줄 알고 있습니다.
좋은 아빠가 될 수 있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저 같아도 그랬을 겁니다. 그 마음 충분히 압니다.”
“자고 있던 아이가 벌떡 일어나 퍽 좋아했습니다.”
“저도 헛된 기다림 한 게 아니라 기분 좋았습니다.”
멋진 두 아빠의 문자가 온라인커뮤니티에 퍼지면서 누리꾼들의 멋진 응원이 달렸습니다.
“자식을 위해 좋은 아버지가 되겠다고 강원도까지 달려간 사람도, 그 아빠의 마음을 위해 새벽까지 기다렸다가 소중히 넘겨준 사람도 아름답습니다.”
“아버지이기에 잠 안자며 기다려 줄 수 있고, 아버지이기에 밤잠 줄여 달려갈 수 있습니다.”
“두 사람 모두 멋진 슈퍼맨입니다.”
이 글을 옮겨 적는 내내 나는 모처럼 마음이 밝아졌습니다. 그래서 오늘 내 기분은 ‘맑음’입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의 기분도 ‘맑음’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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