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램, 엄마랑 오늘 예술 한 번 해볼까?



십여 년 전부터 요리책을 하나 낼까 하고 고민한 적이 여러 번 있었다. 요리를 가르쳐 달라는 아이들에게 나만의 요리 비법을 전수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엄마 요리가 최고라는 아이들 말에 힘을 얻어 유튜브에 요리 실력을 올려볼까 상상하면 웃음부터 나온다.


사실, 나는 요리에 ‘요’자도 모르고 시집을 왔다.

“공부 열심히 해서 너 좋아하는 일하고 살아라. 요리는 안 배워도 시집가면 다 한다.” 친정엄마는 늘 이렇게 말씀하시며 당신 딸들 만큼은 손에 물 안 묻히고 전문직 여성으로 살기를 바라셨다. 닥치면 다 하기 마련이고 할 줄 모르면 모르는 대로 살아지니 굳이 배울 필요가 없다고 하셨기에 시집 올 때 내가 할 줄 아는 요리라고는 김치찌개와 김치볶음밥이 전부였다.

남편 생일에 미역국을 끓일 때도, 집들이를 할 때도 비싼 국제전화를 걸어 엄마에게 일일이 레시피를 물어야 할 만큼 요리에는 문외한이었다. 처음 미역국을 끓여 그릇에 담아내니 남편이 박장대소를 하며 누가 미역국에 파를 넣느냐고 비웃을 정도였다. 미역국에 파를 송송 썰어 얹은건 순전히 내 미적 감각이 탁월한 이유였는데도 말이다. 처음 김치를 담을 때도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 배추 절일 때 소금을 얼마나 넣어야 돼?” ‘배추가 몇 통이야? 그럼 굵은소금 한 컵!’ 이런 답을 기대했건만, 엄마의 대답이 걸작이었다. “그건 감으로 하는 거지. 감! 감이 안 오니?” 잘못 들었나 싶었다. ‘감’이라 니? 그‘감’은 대체 어디서 오는 거지?


그동안 열심히 밥을 해먹고 살았더니 드디어  그‘감’이란게 나한테도 생긴 모양이다. 한 번 먹어본 음식은 비슷하게 만들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으니 이젠 요리에 대해 논할 수 있지 않을까? 요리책을 만들든, 유튜브 를 시작하든 내 요리비법부터 적어 봐야겠다. 사실 비법이랄 것도 없다. 우리 아이들에게겁 내지 않고 쉽게 음식만드는 걸 가르쳐주고 싶을 뿐이다. 같은 재료를 가지고도 만드는 사람마다 다른 결과를 내는 걸보면 분명 요리도 예술의 한 분야임에 틀림없다.

요리! 그 무궁무진한 예술의 세계여! “딸램, 뭐 먹고 싶어? 엄마랑 오늘 예술 한 번 해볼까?”

김혜랑 | 캘리포니아거주

원더풀라이프/ 하베스트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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