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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교포 김민호의 파란신호등> 어머니의 나무

Updated: Jun 15, 2023



일본은 한국만큼이나 산이 많은 나라입니다. 내가 사는 야마나시도 내가 태어난 강원도처럼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고산지대입니다. 산이 많다보니 야마나시에는 배를 비롯해서 복숭아, 포도같은 과일들이 넘쳐납니다. 그리고 계절마다 나무에서 열매를 맺는 과일들은 산이 많고 나무가 많은 야마나시의 특산물로 지역의 상징이자 지역의 자랑거리가 되어줍니다.

일본에는 봄이 되면 꽃가루 알레르기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전국의 산에 심겨져 있는 삼나무 때문입니다. 왜 많은 나무들 중에 일본인들은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삼나무를 심었는지 조사해 보았습니다. 일본은 지진이 많은 나라이기 때문에 뿌리가 깊고 나무 재질도 튼튼해서 지진에 잘 견디는 삼나무를 심는 것이었습니다.

삼나무는 목조건물의 기둥으로 사용하기에 적합합니다. 또한 뿌리가 깊어 잘 쓰러지지 않아 또한 지진으로 인한 산사태도 막아줍니다. 나무는 꽃을 피우며 우리에게 마음의 위안이 되어주고, 열매를 맺으며 사람들이 행복을 느끼게 해주며, 재난의 위험 속에서 안식을 주기도 합니다.


가정의 달 5월이 되면, 탈무드에 나오는 30년 만에 첫 열매를 맺는 나무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한 유대인이 나무를 심고 있었습니다. 그 나무는 첫 열매를 맺는데 30년이라는 긴 시간을 필요로 했지만 유대인은 행복한 표정으로 그 나무를 심습니다. 그 나무의 첫 열매는 나무를 심는 유대인이 아니라 그의 자녀들을 먹이기 위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이야기에는 영적인 의미가 숨겨져 있는 것 같습니다. 자녀를 위하여 기도하고 헌신하는 부모의 마음입니다.

내 어머니가 하늘나라로 떠나고 난 뒤에 그 자리에는 커다란 나무 한 그루가 서있었습니다. 어머니가 심어놓은 나무! 그건 아들을 위한 걱정, 아들을 위한 축복, 아들을 위한 기도였습니다. 30년이 지난 뒤에야 아들인 나는 그걸 알았습니다.


왜 진작 그 나무를 보지 못했을까?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데 어머니는 아들에게 참 신비한 존재인 것 같습니다. 곁에 있을 때는 마시는 공기처럼 그 은혜를 몰랐습니다.

그런데 먼 하늘나라로 떠나시고 다시 못 만나게 되니 세월이 갈수록 더 따뜻하고 향기로운 존재로 다가옵니다. 그래서 세상의 많은 아들들이 '불효자는 웁니다'라며 가슴을 치는가 봅니다.

뿌리 깊은 나무는 쉽게 쓰러지지 않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강건해집니다. 어머니의 시랑과 기도로 자랐기 때문입니다. 기필코 무성한 그늘을 드리우고 숲을 이루어 순례자들에게 쉼터를 제공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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