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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int & Focus>-쉬세요- 하지 말라




의사들은 늙어갈 때나 죽음을 직면했을 때 보통사람들과는 좀 다를 줄 알았다. 의술로써 평생 사람의 몸속을 훤히 들여다보고 살았으니 최소한 인체를 달관 했을 터, 그래서 의연하고 노련한 무슨 대처법이 있으려니 했다. 그런데 이근수 정신과전문의가 90세가 넘어 강의하는 내용을 들으니 보통사람들과 전혀 다른 게 없다.

“90세가 가까워오니 죽음의 불안이 찾아왔다” “나이 90이 되어도 죽음은 두렵다”라고 고백하며 그 불안을 털어내려고 책도 쓰고 강연도 나가고 부지런히 움직이신다고 한다. 그런데 자녀들은 그 마음도 모르고 “이제 그만 쉬세요”라며 극구 말린단다.

“100세 시대라 하지만 사실 90이면 죽음에 가장 가까이 와있는 나이인데 나부터도 불안에 깔려있다”라며 평생 하던 교수직을 은퇴하고 90을 살았으나 그런 두려움은 인간에게 기본적으로 깔려있는 마음이란다. 그리고 젊어서는 미처 느끼지 못했던 후회되는 일도 나이가 드니 깨달아진다고 고백하신다.

ㅡ40대 팔팔한 의사였을 때 네팔여행을 갔다가 1갑에 2루피짜리 향을 팔고 있는 6,7세 꼬마아이를 만났어요. 그때 나는 그걸 굳이 3루피에 2개를 달라고 값을 깎았어요. 어머니 드릴 선물을 우리 돈 겨우 31원짜리를 어린애를 상대로 깎다니 참 부끄럽고 후회스럽습니다ㅡ

 

이근수 박사뿐이랴. 생각해보면 아이보다 못한 어른들이 어디 한둘인가. 젊고 잘 나가는 의사면 뭐하고, 거룩한 이상을 가진 학박사면 뭐하고, 억만금을 가진 갑부면 뭐하나. 현실의 삶은 모두 얼마나 졸렬하고 유치한지. 병원침대에 누워 인생을 마감할 때의 모습은 결국 모두 똑같은 것을.

중환자들은 통증을 멈추게 해달라 하고, 양로원의 노인들은 가족들을 간절히 기다리고, 우울하고 지루한 일상에선 누구나 탈출을 꿈꾼다. 고독한 이들은 한없이 사랑이 그립고, 임종의 순간을 맞는 사람은 모두 자기가 살던 익숙한 집으로 돌아가 편하게 떠나기를 바란다.

실제로 65%의 시니어들이 집으로 돌아가 임종을 원하는 통계가 있다는데 대부분의 현실은 요양시설과 응급실 그리고 중환자실로 왔다갔다 빙글빙글 돌다가 죽음을 맞는다. 임종의 순간마저도 마음대로 못하고 이른바 ‘연명셔틀’에 실려 이리저리 끌려 다니며 존엄하게 죽고 싶은 마지막 바람도 이루지 못한다. 어차피 군중 속에서도 외롭다는 인간이다. 뭔가가 채워져야 한다는 얘기다. 그것이 무엇일까?

 

마지막 기필코 채워져야 외롭지 않고 편한 마음이 되는 그것, 그것은 사랑이다. 친구도 떠나고, 이웃도 없어지고, 돈도 명예도 다 놓고 마지막 침대에 누워서 갈구하는 마지막 그 한가지, 꼭 채워져야 하는 그 한가지, 그것은 가족의 사랑이다.

떠나는 이나 보내는 이나 사랑으로 꽉 채워져야 이별 후에 아쉬움과 후회가 남지 않는다. 사랑이 채워져야 비로소 평강의 마음이 되어 천국도 보이고 그래야 편안히 세상을 떠날 수도 있다. <원더풀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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