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V예능프로그램 <아빠하고 나하고>에서 탤런트 백일섭씨와 그 가족들의 출연은 많은 걸 생각하게 하고 인기도 많다. 80세의 백일섭씨로 인해 그 시대를 풍미했던 가부장적 생활상이 부상되고 40,50대 중년이 된 그의 자녀들과 순진무구한 손주들의 설왕설래 사연들이 세대간 가족간 생각과 가족애가 다큐처럼 엮어져 많은 의미부여를 주고 있다. 시청자들도 각자 자신들의 입장에 접목시켜 필요한 메시지로 받아들이는 것 같아 상담역까지 하는 듯 좋다.
아빠의 얼굴을 빼닮은 백일섭씨 딸은 솔직담백하고 지적인 이미지로 등장하여 “술 취한 아빠, 상을 뒤엎고 소리 지르는 아빠, 암 걸린 엄마를 버린 무섭고 미운 아빠”라 묘사하며 “두 번 다시 안 봐”하면서 마음에서 아빠를 밀어낸 그간의 삶을 군더더기 없이 표현, 시원함을 안긴다. 그러나 아빠를 미워하며 사는 괴로움에 상담을 받고 신앙생활도 하면서도 힘들게 살았다는 눈물의 실토엔 마음이 짠했다. 순둥이로 나오는 아버지의 드라마는 차라리 안보고 살았다는 심경고백도 백번 동감이다.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된 중년의 아들도 자신의 추억 속에는 자상한 아버지는 없고 무섭고 술 취한 아버지만 있다며 자신은 아버지처럼 살지 않는단다. “화목하고 싶어요”라며 눈시울을 붉히는 중년아들의 소원은 온 집안이 다같이 모여 고기를 먹으러 가는 것이란다. “아빠 술 마셔서 무서우니 방으로 들어가라며 자식들과의 사이를 끊어놓았다”며 지금도 엄마를 원망하는 아버지를 향해 “그건 아버지가 무서워서 우리가 방으로 들어간 거야”라며 자신과 여동생이 불우하게 자랐음을 고발한다.
“TV방송이 나가고 나쁜 아빠가 됐어” 강한 아버지 백일섭씨는 집안에서 밀려난 느낌, 왕따의 느낌으로 공허하고 외로워 그 공간을 술로 채웠노라 실토한다. 그러면서 자신이 어릴적 받은 상처, 마도로스 아버지, 3명의 새엄마, 의붓아버지 등 어두운 가정사를 딸에게 들려주며 이해를 구한다. “나는 나쁜 사람이 아닌데ㅡ” 그의 독백에서 어쩌면 그는 여자를 만나기도 전에 여자들에 대한 거부감이 먼저 싹튼 지도 모른다.
가족간의 사랑관계를 배우지 못하고 자랐기에 무서운 아빠가 되어버린 백일섭씨는 극중에서나마 자상하고 자애로운 아버지상을 묘사하고 싶었을까? 딸과는 화해를 원하면서도 아내와는 아직도 거리가 멀다는 그는 결혼생활 40년보다 혼자 산 8년이 더 좋았다며 돌아갈 곳이 없단다. 그런 그에게 사위는 “졸혼은 일방적인 방법이잖아요 아버님!” 네티즌들은 “이혼은 위자료를 줘야하니까 졸혼이라는 나쁜 제도를 만들었나요?”라며 일침을 날린다.
가족이란 말하지 않아도 서로 마음이 통하고 닿는 법인데 그게 안 되는 백일섭씨는 자신의 자존심을 지켜가면서 가족간의 갈등을 풀어야 하는 게 숙제이다. 그것은 모든 가부장적인 남자들이 풀어내야할 과제이기도하다. 바라기는 시청자들에게 어필하면서 현실적 문제점을 풀어내는 좋은 프로그램이 더 많이 개발되기를 바래본다. <원더풀라이프 발행인 박명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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