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책을 끼고 살면서도 한동안 코를 파묻고 파고든 책이 기실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런데 요즘 진지한 책제목 때문에 푹 빠져든 책이 있다.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이란 책이다. 마지막이라는 단어는 사람을 참 숙연하게 만든다. ‘삶이 무엇이고 죽음이 무엇일까’라는 무거운 물음으로 시작한 이 책은 이어령 교수의 삶, 사랑, 용서, 종교, 영성, 돈, 죽음 등 인생 전반에 걸친 그분의 생각을 김지수 작가가 화요일마다 찾아가 한 마지막 인터뷰라 한다.
야위고 연약한 88세의 이어령 선생님의 사진을 보며 얼마나 힘든 투병을 하고 계신지가 느껴져 가슴이 짜르르 했다. 그래도 주님을 영접하셨으니 얼마나 복된가! 힘든 만큼 중요한 메시지가 담긴 내용이겠거니 하는 내 편향된 생각이 책의 내용보다 저만치 앞서 나간다. 작가는 책의 핵심을 ‘죽음이 무엇인지 알게 되면 삶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로 정리했지만 나는 “내 육체가 사라져도 내 말과 생각이 남아있으니 그만큼 더 오래 사는 셈”이라는 선생님의 속내가 그분의 절실함이라 느꼈다.
“매주 화요일이면 선생님은 깨끗하게 다려진 터틀렉 스웨터를 입고, 목에 확대경을 걸치고 나를 만나셨다. 면도를 하지 않은 모습이나 머리가 엉클어져 있을 때는 단 한 번도 없었다.” “나의 선생님은 호흡이 멈추는 순간까지 스스로를 관찰하고 머릿속으로 죽음을 묘사하는 마지막 단어를 고르시겠구나.” 이것이 작가가 우리에게 전해준 대한민국의 ‘지성’ 이어령 선생님의 마지막 모습이다.
그리고 거기서 김지수 작가는 자기 눈에 비친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이란 책의 주인공 모리교수에 대한 언급을 했다. “알츠하이머를 알았던 모리는 헝클어진 백발, 힘없는 팔다리, 침을 흘리고 일어서지 못하는 모습” 이렇게 모리 교수의 마지막 모습도 적었다. 작가의 묘사대로 우리나라 이어령 교수와 미국의 모리 교수의 마지막 모습은 180도 다르다. 그러나 두 분, 명교수들이 죽음의 끝자락에서 시급하게 남긴 마지막 말은 결국 같은 내용이다.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은 나도 15년 전쯤 12시간의 긴 비행중 기내식도 거르고 푹 빠져 읽던 책으로 삐뚤빼뚤한 표지제목 글씨체에서 루게릭병으로 몸이 굳어져가는 모리 교수가 한눈에 보였다. 죽어가는 78세 스승에게 중년의 제자, 미치는 화요일마다 14회에 걸쳐 사랑, 결혼, 늙음, 후회, 용서, 죽음 등 살면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 스승의 지성을 갈구한다. 때론 휠체어에 앉아, 때론 침상에 누워, 노교수는 불편한 몸으로 마지막 강의를 하고, 중년의 제자는 포근한 담요로 뻣뻣하게 굳은 스승의 몸을 감싸 안고 인생을 배운다. 눈물겹도록 가슴 적시는 명장면이다.
한 시대를 풍미한 시대의 두 지성들이 죽어가면서 무엇을 그토록 시급하게 말하고 싶었을까? 무엇을 살아있는 자들에게 그리도 절실히 전하고 싶었을까? 한마디로 “후회 없는 인생을 살라”이다. 다시 말해 “잘 살다가 잘 죽자”이다. 내가 ‘원더풀라이프’를 발행하며 창간 때부터 ‘Well Aging-아름답게 나이먹자’의 칼럼을 통해 매월 강조하던 것도 그것이다.
어떻게 하는 것이 잘 살다 잘 죽는 것일까? 정답은 살아있을 때 창조주 하나님을 섬기는 것이다. 그러면 죽음이후 그분이 준비해 놓으신 천국으로 이사하여 거기서 영원히 살게 되는 것이다. <박명순/본지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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