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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희의 인터넷 세상> 연예인들의 집들이 

Updated: 1 day ago


인터넷을 손바닥에 들고 살다보니 어디서나 쉽게 열어보게 된다. 좋아하는 연예인이 아니더라도 그들이 음식대접을 한다거나 특별대담을 하는 프로, 그리고 ‘집들이’를 하는 프로가 떠도 얼른 열어본다. 더운데 가만히 앉아서 손님을 접대할 만한 음식도 배우고, 좁은 집을 넓게 보이게 하는 특별한 재주나, 거실이나 아이들방을 편리하면서도 돋보이게 꾸미는 지혜, 특별공간으로 겸할 부엌꾸미기의 아이디어가 혹시 있으면 한수 배우고 싶어서이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그간은 거의 무슨 화려함의 극치를 내달리는 느낌만 받았었다. 그런데 오늘은 어느 방송인이 집 리모델링을 마치고 ‘집들이’를 한다는 기사가 올라와서 오랜만에 인터넷을 눌렀다. 그분은 한동안 떠들썩한 가정사로 힘들었던 분이고, 평상시에도 늘 수수한 분위기였기에 내심 반갑기도 했었다.

 

그러나 ‘70억 압구정가, 운동장만한 딸의 놀이방’ 제목부터가 씁쓸했다. “핑크색 공주님방을 꾸며봤어요”라는 주인장의 이어진 딸바라기의 소제목, 이어서 옷장, 아기침대, 책장, 교구장 등이 하나하나 공개되면서 점점 넓디넓게 자리한 여유 공간 등이 역시 ‘호화로움’이었다.

얼마 전엔 결혼식 비용만 1억, 식대 18만원, 꽃과 무대장식 3천만원 등 어마무시한 어느 연예인의 결혼식 비용이 인터넷에 도배가 되었었다. 왜들 경쟁하듯 유명 명품드레스를 나열하며, 왜들 미드센추리(Mid Century) 시기에 생산된 제품이라느니, 채광을 위해 유리를 활용한 글라스 블록의 베란다라느니, 유명 디자이너의 하나밖에 없는 아이템이라느니 하면서 인테리어 집단장 얘기들을 줄줄이 읊어대는지 이해가 안 된다.

 

전세방 하나 장만할 돈이 없어 젊은이들이 결혼을 미루거나 아예 포기를 하고, 경제적 어려움으로 출산을 미루는 커플들이 허다한데, 도대체 그들은 어느 별천지에서 살다왔는지 모르겠다. 대한민국의 인구가 바닥을 치고 입학할 학생들이 없어서 폐교하는 학교가 수두룩하다는데 “집콕에 지쳐서 집수리나 해야겠다고 생각하여 리모델링을 시작했다”는 헛소리가 그렇게 쉽게 나오는지 정말로 묻고 싶다.

제발 우리의 젊은이들이 상대적 박탈감에 주눅 드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좋은 일에 늘 앞장서던 연예인들이나 결혼식 비용을 줄여 선한 일에 썼다는 뜻 깊은 연예인들에게 엉뚱하게 불똥 튀는 일도 없었으면 좋겠다.

재혼을 하면서 결혼식대신 피로연만하고 혼인신고를 했다는 전직 유명가수의 소식에 모처럼 같은 동시대를 산다는 느낌이 들고, 뙤약볕 학교앞에서 녹색어머니회원으로 아이들의 등하교를 지키며 교통정리를 했다는 톱스타 여배우의 소식이 이웃 친구를 만만 듯 반가운 것은 나만의 감정인지 모르겠다. “선글라스 꼭 쓰세요” “보기 좋아요” “멋진 엄마에요”라는 숫한 누리꾼들의 댓글에 “1년에 3일 뿌듯했던 날”이라며 인증샷을 보낸 그 톱연예인에게 나는 꾸~욱 ‘좋아요’를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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