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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성목사의 강단뒤의 고민> 나는 무대위의 배우


나는 요즘 내가 무대 위에 서있는 배우라는 생각을 한다. 사실, 인생 자체가 세상이라는 거대한 무대 위에서 연기하는 배우 같은 존재 아닌가. 나잇값 하느라 기력이 옛날 같진 않지만 그래도 무대 위에 서있는 연기자처럼 가능한 온힘 다해 기백있게 움직인다.

젊을 때도 무대기질이 있었는지 한때 나는 오페라 가수를 꿈꿨었다. 노래가 좋아서였다. 그래서 나를 싫다는 한 여인을 끌고 고속버스를 타고 인천 바닷가로 가서 한껏 소리치며 두 시간쯤 노래를 부른 일이 있었다. 그런 에피소드로 결국 그 여인과 결혼에 골인을 하였고, 그 여인이 지금의 아내다.

하여튼 내가 주인공으로 사는한 나는 내 인생의 드라마를 내 대본, 내 언어, 내 방식대로 나의 공연을 펼칠 것이다. 남이 써준 대본에 내 감정을 죽이고 남이 시키는 대로 하는 연기는 어렵기도 하지만 정말 매력 없는 일이다.

 

배우인 내가 좋으면 관객은 상관없이 내 자신은 만족이다. 나이 든 노배우의 연기인데 관객이야 어차피 무슨 관심이 있겠는가. 그래서 내가 족하면 그만인 내 무대이다. 특히 나는 ‘돈연기’에는 자신이 있다. 80년 나의 인고의 인생이 이미 그런 역할에 많이 녹아져 능숙하기 때문이다.

언젠가 돈이 없어 ‘돈기도’를 하려고 아내와 함께 기도원을 갔었다. 저녁에 기도원을 내려오면서 아내가 깔깔 웃으며 물었다. 응답을 받았느냐며 계속 깔깔거렸다. 이유인즉 아내는 기도꺼리가 하도 많아서 돈얘기는 깜빡했다는 것이었다. 정말 깔깔 웃을 일이었다.

사실 아내가 묻기 전까지 나도 아예 ‘돈기도’라는 자체를 까마득히 잊어버렸었다. 그 정도 경력이면 돈 문제로 엉키는 씬이 나오면 냉정하고 비열하리만큼 나는 단호하게 1등배우에 자신이 있다. 평생 돈에 끌려 다니지 않았기에 그런 역할은 나의 전문이다.


그런데 돈의 많고 적음도 아니고, 돈을 다루는 태도도 아니고, 아예 돈 버는 일에 평생 관심 없이 살았다는 것은 사실 마음에 찔리는 큰 오점이다. 80이 넘고 보니 이제야 그게 무능이고, 일생일대에 부끄러운 잘못이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얼떨결에 평생 돈 벌며 가장노릇을 하며 살아온 아내에게 남편으로서 면목 없어 낯이 뜨겁다.

그래도 새삼 깊은 고민이나 유난히 머리 싸안고 쥐어짜는 삶은 지금도 안하고 싶어 피한다. 갈 곳 없고, 할 일 없고, 만날 사람도 없다는 흔하디흔한 은퇴목사의 고뇌도 안한다. 100세시대연구소나 시니어전문지에서 떠드는 이론이나 연구발표도 귀에 담지 않는다.

고령자의 ‘우울증실태’라느니, 일본에서 말하는 시니어 불안상태인 ‘retirement blue’ 등도 안 듣고 흘려버린다. 마음을 갉아먹는 선거얘기도 이젠 신경 쓰지 않는다.

그러나 요즘 열심히 하는 일이 있다. 내려놓고 맞닥뜨리는 일이다. 모든 배우가 그렇듯, 나 또한 이 세상 무대에서 마지막 할 일은 ‘떠나고 보내는 일’이니까 날마다 ‘내려놓고 비우기’연습을 한다. 깃털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주님을 만나고 싶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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