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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무거움과 죽음의 가벼움을 벗어나는 방법

삶은 참 무겁고, 또 요즘은 더욱 죽음이 가벼워졌습니다. 그러나 삶은 무겁지 않아야 행복하고, 죽음도 가볍게 다루지 않아야 존엄함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삶의 무거움과 죽음의 가벼움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삶의 무거움과 죽음의 가벼움을 벗어나는 길은 사랑입니다. 사랑하는 것입니다. 내가 있는 곳에서 진정으로 마음을 다해 사람을 대하고, 일을 대하고, 자연을 대함으로써 정성을 다하는 것입니다. 때로는 미칠 듯이 외로운 순간도 있고, 견디기 힘든 삶의 어려운 문제들이 삶을 짓누르지만 그래도 그 순간을 잘 견뎌내면 숨통 트이는 순간이 옵니다.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순간도 곧 지나갑니다. 모든 것은 변합니다.



그런 순간들을 견디고 나아갈 수 있는 것은 지켜내야 하는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이나, 혹은 사명이 있어야 합니다. 즉 사랑을 위해서는 견딜 수 있는 것입니다. 나 자신만을 위해 살아갈 때는 포기하기도 쉽고, 지치기도 쉽습니다. 그래서 해야 할 일이 있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고, 목숨 걸고 지켜야 할 사람이 있는 사람도 행복한 사람입니다.


누구 때문에 내가 이 고생을 하고 있다고 투덜대지만 사실 그들 덕분에 내가 사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내게 짐이라고 생각되는 사람이나, 일이 있다면 그것은 짐이 아니라 살아가게 하는 힘일지도 모릅니다. 살아있는 한 더 많이 사랑하고, 더 힘써 하는 일을 소중히 여기고 정성을 다할 때 오히려 거기에서 내가 힘을 얻고 살아갈 용기를 얻게 됩니다.


나 하나 죽으면 다 끝날 것 같고, 내가 죽으면 다 해결될 것 같지만 죽음은 도피처가 아닙니다. 부끄러움도 수치심도 견디며 살아내야 하는 것. 그것이 죽기보다 힘든 살아내기 위한 용기입니다. 살아내는 것이 힘들지 사실 죽는 것은 오히려 쉬울지 모릅니다.


어느 말기암 환자의 말이 생각납니다. “죽고 싶다 죽고 싶다 보다 더 어려운 말이 무엇인지 아냐구요. 그건 바로 살고 싶다는 것입니다.”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그 환자는 간절히 하루라도 더 살고 싶어 합니다. 죽고 싶다는 말은 살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지만 ‘살고 싶다’는 그 말에는 살 수 있는 가능성이 없답니다.


살아있을 때 더욱 사랑하며 살 일입니다. 주어진 삶을 더욱 사랑하며, 사랑해야 할 사람들과 사랑해야 하는 일에 더욱 정성을 다하는 삶. 그 정성을 다한다는 것은 무조건 열심히 하라는 말은 아닙니다. 힘들어도 용기를 다해 사랑하고 사랑하며 진심으로 사는 것입니다.


아무리 삶이 무거워도 결코 가볍게 죽음으로 내몰지 않는 삶을 사는 것, 그것이 진정으로 용기 있게 사는 삶이고, 책임 있게 사는 삶입니다. 그래서 어느 날 내게 자연적인 죽음이 찾아왔을 때, 시바타 도요 할머니처럼 “그래도 살아있어 좋았어~.” 라고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장경희 <웰다잉 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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