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에 가고 싶다. 그곳 둘레길을 천천히 걷다가 우연히 김용택 시인을 만나면 좋겠다. 만나면 금방 알아볼 수 있다. 인사드리면 반갑게 웃으시며 말을 걸어 주실 거다.
자전거 타고 가시면 좋겠다. 자꾸 말을 시키면 자전거에서 내리실 테고 그럼 나란히 걸어가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눌 테다. 경운기 몰고 가셔도 괜찮겠다. 뒤에 탈 수 있으니까.
김용택 시인이 교사 정년퇴임하실 즈음 자동차를 사셨나보다. 차 종류는 소나타였다. 그 소문을 듣고 한 문인이 이랬단다. ‘소나타? 소나 타지~’ 오래전 신문에서 본 건데 재미나서 아직도 기억을 한다.
모두 공감 가는 말이다. 김용택 시인의 시는 언제 읽어도 참 좋다. 마음 복잡할 때 그분의 동시를 소리 내서 읽으면 더 좋다. 김용택 시인의 동시에는 위로가 들어있다. 복잡하지 않다. 명쾌하고 통쾌하고 유쾌하다. 섬진강은 봄꽃이 필 때가 제일 예쁘다. 시인이 사는 섬진강 둘레길을 좀 걷고 싶다.
거기 가면 왠지 단조로워질 거 같다. 거기 가면 왠지 시 한 구절 터질 것 같다. 그곳 둘레길을 걸으면 맘에 맞는 글친구를 만날 것 같고, 왠지 봄노래가 저절로 나올 거 같다. 이대로 봄이 가는 게 아깝다.
*콩, 너는 죽었다
콩 타작을 하였다/ 콩들이 마당으로 콩콩 뛰어나와/ 또르르 또르르 굴러간다/ 콩 잡아라 콩 잡아라/ 굴러가는 저 콩 잡아라// 콩 잡으러 가는데/ 어, 어, 저 콩 좀 봐라/ 쥐구멍으로 쏙 들어가네/ 콩, 너는 죽었다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것
겨울은 봄바람이 세상에서 제일 무섭고요/ 봄은 세상에서 매미 소리가 제일 무섭대요// 여름은 귀뚜라미 소리가 제일 무섭고요/ 가을 햇살은 눈송이가 세상에서 제일 무섭대요
*비 오는 날
하루 종일 비가 서 있고/ 하루 종일 나무가 서 있고/ 하루 종일 산이 서 있고/ 하루 종일 옥수수가 서 있고/ 하루 종일 우리 아빠 누워서 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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