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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숙의 초록이야기> 여행


여행을 좋아하는 나는 책으로의 여행을 떠날 때도 많다. 남이 발품 팔아 쓴 책을 읽으며 그분의 여행을 공감하는 거다. 물론 여행자가 풀어내는 이야기가 암호 같기도 하여 단박에 못 알아들어도 어쩔 수 없다. 그건 여행한 사람만의 특권이니까. 기꺼이 가서 보고, 느끼고, 마음에 담은 걸 꺼내놓는 건데 그게 어찌 꿀꺽 읽히겠나. 그래도 괜찮다. 책 속에 등장하는 낯선 사람들을 보고, 낯선 풍경을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등대/ 어쩌면 우리 인생의 내비게이션은 한 사람의 등짝인지도 모릅니다. 좋은 친구. 아름다운 사람. 닮고 싶은 어떤 사람. 그리고 사랑하는 누군가의 등. 그걸 바라보고 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방향입니다.”

가끔 모르는 이의 등짝을 본다. 자전거를 타고 날렵하게 내 앞을 스쳐 지나가는 이의 등짝이 보기 좋다. 왜 그런지 이유를 물으면 대답을 못 하겠다. 그냥~ 좋을 수 있지. 꼭 이유가 있어야 하는 건 아니지.

“사람 마음을 훔쳐보는 재주를 갖고 싶었다. 그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으며 더군다나 나와 관련된, 그 무엇에 대해서, 그의 속마음을 훤히 들여다볼 수 있는 초능력을 갖고 싶었다. 초능력이 아니더라도 기계 하나쯤을 발명해 누군가의 신체에다 플러그 같은 걸 꽂고는 책장처럼 넘기면서 그의 마음을 훤히 읽을 수 있었으면 했다.

아마도 사람을 좋아해서였으리라. 사람에 관해서가 아니라면 왠지 아무 일도 일어날 것 같지 않았던 열여덟 살의 막막함 때문이기도 했으리라.”

‘사람 마음을 훔쳐보는 재주’가 생길 때가 있다. 낯선 나라로 떠난 여행에서다. 그 나라말을 못해도 몇 개 안되는 단어와 몸짓으로 신기하게도 소통이 된다. 서로 알아듣는다.

열여덟 살은 사람 마음이 궁금할 나이다. 나이가 들면 사람 마음이 그닥 궁금하지 않다. 말을 안 해도 알겠고 설령 모른다고 해도 상관없다. 그래도 ‘사람 마음을 훔쳐보는 재주’를 갖고 싶다면~ 방법이 있긴 하다. 누군가와 함께 오래 지내며 그 사람의 등을 자주 보는 거다.

등이 익숙해지고, 등을 보면 편해진다면 그 사람의 마음도 볼 수 있다. 단, 그렇게 되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익히고 묵혀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마음속에 빈 새장을 가지고 있으면 언젠가는 그 안에 뭔가를 담게 된다.” 이 책의 저자 이병률이 한 말이다. 그렇지. 마음속에 푸른 가지를 간직하고 있다면 노래하는 새가 오리~ 고맙게도 책 속에 사진이 많다. 그 사진들을 들여다보며 여행의 즐거움을 대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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