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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인의 인터넷 닷 컴> 덕수궁 돌담길, 남산 언덕길 

Writer: 하베스트하베스트

누구로부터 또 언제부터 퍼진 말인지 덕수궁 돌담길 데이트를 하는 연인들은 헤어진다는 소문이 퍼져 나갔다. 그러나 여전히 한겨울에도 한여름에도 그 길을 걷지 않는 연인들은 없다. 그곳은 언제나 수많은 커플이 즐기는 데이트 코스다. 무서우리만큼 한적한 곳이기에 자연스레 팔짱을 끼기에도, 손을 잡기에도 안성맞춤인 그 덕수궁 돌담길.

거슬러 올라가면 조선 왕궁의 별궁이었다니 그 옛날엔 간신들이 득실거리는 틈에서도 머슴과 하녀들은 눈이 맞아 사랑을 나누었을 돌담 밑이다. 내가 사랑하는 미국에 사시는 우리 고모도 젊을 적 추억이 깃든 곳이라며 한국에 오시면 단골로 그곳을 찾아가 골목 경양식집에서 친구들도 만나고 날짜가 맞으면 각종 전람회나 전시회도 가신다.

특히 남학생들과 몰려다니며 덕수궁 뒤쪽에서 뽀족구두를 신고 탁구를 쳤다는 얘기며, 시청쪽 대로변의 덕수궁 담장은 부셨다가 다시 짓고 또 허물고를 반복했다는 얘기며, 결국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은 당시 ‘라디오재판실’이라는 동양방송 프로에 “고궁은 고궁답게 옛것을 고수하라”는 고모의 고견이 당선되어 오늘의 담장으로 바뀌었다는 얘기를 옛날얘기 하듯 하셨다.


덕수궁 돌담뿐이랴, 시골의 장날이나 유명 장터도 잊지 못할 추억꺼리다. 다리품을 파는 만큼 좋은 물건도 사고, 여기저기 특산품을 사는 맛도 좋고, 특산 음식을 먹는 즐거움도, 한 움큼씩 덤으로 받는 쏠쏠한 기분도 잊을 수 없다. 우리 아버지는 손주들을 데리고 재래시장 장터를 찾아다니시며 먹거리를 즐기시던 대표적인 분이다. 그런데 지금은 자식들의 돌봄을 받으셔야 병원 출입을 하실 정도니 세월무상이다.

이제는 시장문화가 바뀌어 거실에 앉아 식단대로 입맛대로 장을 보는 사람들도 수없이 많다. 인터넷을 뒤져 바다건너 남의 나라 물건도 싸고 좋은 것을 직접 구매할 수도 있다. 그야말로 세상은 하나로 엮어있고 지구는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착각에 빠져 살 때가 많다. 생각에 따라서는 마냥 편하고 고차원 요즘세상이 무지 편하다. 나도 그 일원이다.

 

오늘 우리 아들들이 다니던 초등학교 앞을 지나오며 또 세월무상을 느꼈다. 장대같이 훌쩍 커버린 장성한 아들들의 모습이 떠올라 피식 웃음도 났다. 아들들이 뛰놀던 저 학교마당에 봄바람이 일렁이고, 콘크리트 높다란 우리 아파트 담장에 싸늘한 공기가 가시면 우리 아버지가 즐겨 가시던 모란시장을 가보고 싶은 생각이 문득 든다. 꿈을 안고 뛰놀던 내 고향집도 가보고 싶다.

사람 냄새 물씬 나던 내가 살던 그 옛날 집. 할머니 할아버지, 오빠들 언니들, 동생, 그리고 부모님, 대식구가 모여 살던 그 온기를 느껴보고 싶다. 나이 탓일까? 세월 탓일까? 어디가 좋고 나쁘다는 얘기가 아니다. Home Comeing! 그냥 고향이 그리운 것이다.

마음의 고향, 생각의 고향, 추억의 고향. 문득 잊어버린 추억을 찾느라 덕수궁 돌담길을 찾던 우리 고모의 손을 잡아주고 싶다. 어릴적의 추억이 서린 남산 언덕길도 가보고 싶다. 살랑살랑 봄바람이 창가를 흔들면 꼭 남산을 올라가봐야겠다. 가서 그리운 추억을 불러 모아야겠다. 손잡고 게서 놀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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