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인의 인터넷 닷 컴> 화재문자가 왔는데 어디로 가나?
- 하베스트
- Apr 10
- 2 min read

대한민국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은 산불이 물러갔다. 마을을 폐허로 만들고 거리를 매캐한 연기로 가득하게 해놓고 물러갔다. 파도가 방파제를 덮치듯 붉은 화염이 며칠을 연일 덮치더니 이제야 물러갔다. “화재재난문자가 쏟아져 왔는데 도대체 어디로 가란 말인가?” “스마트폰에 익숙하지 않은 노인들만 옹기종기 살던 곳인데 대피명령이라니?” “동서남북 구분도 안 되는데 안전지대라니?” 숱한 물음을 남기고 산불이 떠나갔다.
산에서 산으로, 동네에서 동네로 퍼지는 불길 앞에서 속수무책, 인간의 한계는 거기까지였다. LA산불도 그랬을 것이고, 호주 캐나다 대형국가들도 타오르는 불길 앞에서 그렇게 무력했을 것이다.
“처음은 연기가 조금씩 올라오더니 붉은 기운이 산 전체로 퍼지고 숲이 활활 타올랐습니다” “불이 위로 올라가다가 갑자기 소나무 쪽으로 붙었어요” “바람이 엄청나게 불었어요” “의성 동쪽인 영덕까지 번진 불과 다른 산불이 북쪽인 안동으로 번져서 하회마을과 안동 시내를 위협했습니다” “무서워서 못 살아요”
경북 의성군, 청송군, 안동시, 청송, 울주, 울산 영양 영덕 곳곳의 하소연. 서울 면적의 80%, 주택 4000여 채, 사찰 7곳, 농업시설 2000여 곳, 그리고 아까운 인명피해, 사상자. 남의 일이 아니다. “과수원에서 시작 됐데요” “누군가 고의적으로 발단했을 거에요” 각종고발도 여전하고, 화재성금 모으기, 정부의 대책발표, 정치인들의 재빠른 발걸음 모두가 여전하고, 축구장 1300개의 면적, 128시간 만에 꺼진 산불, 통계도 여전히 빠르다.
시댁이 피해지역인 나는 마을경로당에 모여 군청에서 나온 심리치료사 앞에서 참았던 눈물을 터트렸다는 주민들의 아픔이 가슴에 와서 박혔다. 화마로 생긴 생채기가 죄다.
때를 같이해 들려온 미얀마의 대지진 소식과 향후 30년내 발생 확률 80%예상, 사망자 29만 여명에 이재민 12여만 명을 추정한다는 일본의 규슈 미야자키현 규모 9.0 강진예상 발표에 걱정과 공포는 더해간다. 그런데 그 밑에 “불이 난 유치원에서 교사들이 아이들을 업고 안고 대피해서 모두 살았어요”라는 광주의 한 어린이집 인터넷 화재기사에 마음이 뜨거워져 왔다.
ㅡ시뻘건 불길속 검은 연기와 함께 치솟는 불길은 소방대원의 안간 힘에도 불길이 잡히지 않았습니다. 옆 건물에서 사람들이 불이 난 어린이집으로 달려갔습니다. 아이들은 점심을 먹고 잠이든 상태였습니다. 유치원 교사들은 2층 유리창 쪽에서 연기가 올라오자 아이들을 안고 업고 뛰었습니다. 원생 39명이 무사히 전원 구출되었습니다. 선생님들은 아이들을 구출하고도 다시 들어가서 마지막 최후까지를 살피셨습니다. 그리고 연기로 질식하셨습니다ㅡ
한때 유치원 교사였던 나는 목격자들이 밝힌 인터넷 기사를 읽으며 아이들 사랑에 올인 하는 선생님들의 모습이 천사처럼 다가왔다. 눈물이 핑 돌았다. 산불화재로 멍든 마음이 광주 어린이집 화재현장 교사들의 사랑실천에 힐링이 되었다. 연기를 들이마셔서 아직 치료중이라는 7인의 교사들을 위해 나도 모르게 나는 두 손을 모아 뜨거운 기도를 드리고 있었다. 오늘밤은 모처럼 단잠을 잘 수 있을 것 같다.
Commentair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