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희의 인터넷 세상> 스위스로 떠나는 사람들
- 하베스트
- Oct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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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부터 알고지낸 분처럼 가깝게 느껴지는 연예인이 생겼다. 87세 김영옥 배우이다. 자칭 국내 최고령 현역 여배우인 그가 ‘죽음’이라는 대 명제 앞에서 결코 초연할 수 없는 인간적인 진짜모습으로 담담하게 속내를 밝힌 때문이다. 우리는 동변상련의 마음으로 적잖은 위로를 받았고, 인터넷은 날마다 더 멀리 퍼져나갔다.
시니어 동료배우들이 세상을 떠날 때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가는 거야”라더니, 본인의 죽음에 대해서는 “어머, 내가 죽어? 가슴 두근거린다”면서 두렵다고 토로를 하신다. 그리고 26세 젊은 손주에게는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그런 거는 많이 크게 생각하지 말라”며 죽음의 공포를 덜어주려 애쓰더니, 상담가 앞에서는 “자다가 죽을 수도 있겠다” “쇠약해져서 남의 도움을 받아야 할 수밖에 없다면 과연 어떻게 해야 할까”라고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는다.
“죽어도 요양원엔 가기 싫지만 현실을 냉정히 받아들여야 한다” “꼼짝 움직이지도 못하는데 의료행위로 끌고 가는 건 잘못된 일이다” 하나하나 교과서에 담고 싶은 얘기들이다. ‘존엄사’를 생각할 만큼 가족들에게 걱정꺼리가 되고 싶지 않다는 속내도 숨기지 않았다.
인간은 누구도 죽음을 피할 수 없다. 어떻게 하면 가족이나 친지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조용히 웰다잉을 할 수 있을까도 고민한다. 이는 인간이 본향 하늘나라에 가는 순간까지 해야 하는 걱정이다. 그러나 피조물인 인간은 창조주 하나님께 생사고락 모든 것을 맡길 뿐, 단 한치도 무엇을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그런데 “죽을 때 존엄하게 죽고 싶다”며 죽음에 당당하게 맞서고 나서는 노인들의 특별모임이 있다. ‘노년유니언회’다. 심지어 그들은 ‘존엄성’을 인정하는 국가 스위스로 떠나겠다며, 이미 세계 각국에서 스위스로 떠난 사람들도 많다고 떠든다. 치유가 어려워 죽음의 공포에 떠는 젊은 시한부 환자들을 향해서도 부르짖는다.
적극적 안락사 도입은 물론이고 평상시 죽음을 직시할 수 있는 문화가 형성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한다. ‘안락사법 도입촉구’ ‘죽음준비교육 의무화’ 등을 요구하기도 한다.
그리고 2002년 네덜란드를 위시해서 벨기에, 룩셈부르크, 캐나다, 콜롬비아, 뉴질랜드, 스위스 등에서 점차 안락사를 법적으로 허용하고 있는 만큼 인간의 존엄성과 상충되는 점은 있지만 시대가 변하니 죽음을 앞둔 사람들의 선택의 자유도 중시되어야 한다고 외친다.
통증에 시달리는 시한부 환자들의 고통은 천만번 이해하고 끌어안아 주고 싶은 건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인간의 생명은 하나님이 주신 것, 그래서 우리의 생명은 하나님의 시간표 속에서 가고 오게 되어있다. 시대의 변화와 무관하게 하나님의 영역에 속한 하나님의 절대주권에 의해서만 이뤄지게 되어있다.
따라서 인간은 스위스가 아니라, 하나님의 품으로 하나님의 정하신 시간에 떠나야 한다. 다만 그동안 세상에서 해야 할 일은 생의 하루하루를 주안에서 잘 엮어가야 할 의무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