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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숙의 초록이야기> 새해엔 왈츠를!

얼마 전, D랑 수업할 때다. 질문을 하면 자꾸 엉뚱한 말만 한다. 책을 제대로 읽지 않은 게다. 중요한 부분을 한참 설명하다보니 평소보다 말을 많이 해서 힘들었다. 기운이 다 빠졌다. D도 많이 힘들었는지 갑자기 이렇게 말한다. “선생님이 내 에너지를 뺏어가는 거 같아요.” 내색은 안 했지만 D의 말에 난 감정이 상했다. ‘뭐라고! 네가 책을 제대로 안 읽어서 그렇잖아.’

-비울수록 사람을 더 채우는 말그릇- ‘말그릇’이란 책의 이 부분을 읽다가 D와의 수업이 생각났다. 씨름의 방식과 왈츠의 방식. 요즘 사람들의 관계 맺는 방식을 보면, 어릴 적 아버지께서 즐겨보시던 '씨름'이 떠오른다. 씨름에서 두 사람은 동지가 아니라 적이다. 서로의 힘과 기술을 겨루어 승자와 패자를 가른다.

반면 왈츠는 다르다. 왈츠는 동행이다. 버티지 않고 함께 간다. 파트너가 앞으로 몇 걸음 나오면 상대방은 그만큼 물러서서 균형을 맞춘다. 그렇게 두 사람은 아름다운 선율에 맞추어 하나의 스토리를 완성해나간다.

사람들 중에도 ‘씨름의 관계’를 맺는 이가 있고, ‘왈츠의 관계’를 맺는 이가 있다. 누가 이기나 보자는 마음으로 사람을 만나는 사람이 있고, 경쟁보다는 관계를 만들어내는 데 집중하는 사람이 있다. 씨름의 방식으로 관계를 맺는 사람은 말을 무기로 휘두른다. 그것으로 상대방을 굴복시키려고 한다. 반대로 왈츠의 방식으로 관계를 맺는 사람들에게 말은 방향을 가리키는 도구다. 사람들과 목적지를 향해 함께 걸어갈 때 필요한 도구!

그날 D와의 수업에서 내가 사용한 말의 방식은 ‘씨름의 방식’이었다. ‘왜 책을 제대로 안 읽었니?’ ‘너 때문에 힘든데 에너지를 빼앗기는 거 같다니!’ 내 마음이 이렇게 움직였을 게다. 그날 난 내 말그릇을 매만지고 보듬는 일에 소홀했다.

말그릇을 다듬는다는 것은 결국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는 것이다. 자신의 마음과 생각과 움직임을 의식하고, 살피고, 책임을 지는 일이 곧 나 자신을 돌보는 일이다. 감정과 생각은 분명 내 것인데 실수를 하게 된다. 말실수로 후회의 시간을 만드는 일이 습관이 되지 않도록 빨리 알아차려야 한다. 내가 하는 말이 아이들에게 에너지를 주어야 한다. 에너지를 빼앗으면 곤란하다.

새해부터는 ‘왈츠’다. 아이들과 ‘왈츠’를 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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