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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성목사의 사람사는 이야기>숙제


나는 요즘 밀린 숙제를 하듯이 기도의 숙제를 하고 있다. 성령께서 강권적으로 이끌고 가심을 폐부로 느낀다. 인간이 언제 또 이런 경험을 할 수 있으랴. 푸른 나뭇잎새가 보이는 병원회복실 침대에 누워 나는 참 많은 생각을 했었다. 아픔을 겪은자는 십자가에 납작 엎드리는 게 상책이다. 나는 기도로써 새삶을 기획했고, 주님께서는 내게 딱 맞는 맞춤프레임을 새롭게 주셨다. 책을 읽고 책을 쓰는 낯익은 모습! 이 익숙한 모습을 부여받고 다시 태어난 나는 곧바로 원고를 쓰기 시작했다. 서점에는 벌써 3권의 e-Book, 그리고 또 1권. 이제는 문서를 통해 제자를 양육하고 선교를 하면 될 일이다.

몸이 망가져가는 데도 무지로 내달은 잘못의 대가는 크고 엄청났다. 눈에는 말로만 듣던 녹내장이 왔고, 심장은 대동맥을 갈아치워야 했으니 얼마나 어리석고 얼마나 헛된 인생낭비였나 이 나이에.

주치의의 처방을 외면한 잘못, 남이 알려준 건강요법에 몸을 혹사시킨 잘못, IS니 동성애니 적그리스도니 좌파우파에 젖어 퍼나른 동영상과 문자들… 헛된 짓이었다. “가만히 쭈그러져 있어, 이 늙은이야” 영화에서도 못 들어본 막말 문자를 그때 두세 번 보낸 이도 있었다. 골수좌파 막가파가 아니면 나이 많은 목사인 내게 그렇게 죽기 살기 퍼부을 수는 없는 노릇, 사상은 참 무섭다. 목사 안수 받고 46년 교역자생활, 70여년 내 평생 처음 당하는 치욕과 수모- 퍽 아프다.

아내는 풀고 살아야 한다며 어느 날, 내게 절호의 기회를 마련해주며 대화로 풀라고 했다. 그러나 나는 본인도 아니고 결국 한편인 사람 붙들고 그 막말을 꺼내기조차 싫어서 아내가 계속 눈짓 신호를 보내와도 끝내 그날 입도 뻥끗 안하고 그들과 불편한 하루를 보냈다. 모두 허무한 짓이다. 잊자. 백기를 들고 백지로 돌린다.

눈을 감고 주변 사람들을 떠올려본다. 좋은 분들이 내 곁에 얼마나 많은가. 내가 혹여 곁길로 갈 때나, 어렵고 힘들고 위급한 상황일 때, 울어주고 기도해줄 사람들! 이분들이면 족하다. 이분들이 나의 동역자들이다.

‘누군가 널 위하여 누군가 기도하네’ 속으로 찬송을 부르는데 가슴이 ‘쾅’울린다. 국내외 여러 곳에서 기도로, 금식으로, 눈물과 염려로 나의 아픔에 함께 해준 분들. 수술 순간부터 회복하는 지금까지 애써주신 그분들의 마음이 전해져 왔다. 속히 더 건강하고 속히 더 강해지자. 속히 옛날처럼 뛰고 달려 은혜의 빚을 갚자. 빨리 털고 일어서야할 구실을 그분들에게 빚을 갚기 위함이라는 이유를 굳이 붙여가며 오늘도 기도의 숙제에 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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