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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안섭의 콩트세계> 5월의 신부


마리는 공항으로 가는 차창밖의 햇빛이 너무도 화창하고 찬란해서 그런지 공항 안으로 들어서면서도 행복지수가 충만하다. 역시 5월은 여왕의 달이고, 날씨는 날마다 맑음이며, 자기의 마음도 맑음이라고 그녀는 생각한다. 이제 곧 마리는 5월의 신부가 되어 사랑하는 사람과 아름다운 가정을 꾸려 새로운 둥지에서 스위트홈을 꾸릴 것이다. 그녀는 지금의 이 충만한 사랑이 변치 않으리라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

행복한 상념에 빠져있던 마리는 갑자기 가방을 공항바닥에 아무렇게나 엎었다 제쳤다 뒤적이며 여권을 찾느라 법석이다. 사람들이 쳐다보든 말든 생각할 겨를이 없다. 분명히 가방에 넣은 여권이 안보이니 마음이 지옥이다. 옆에 있던 동생도 걱정하며 같이 거들지만 뭐 여권이 조그마한 물건도 아닌데 보이질 않으니 마리는 머리가 하예 졌다.

한동안 맥없이 멍청히 있는 마리에게 동생의 목소리가 들렸다. “엄마한테 전화했는데 공항으로 오고 계신대” 그제야 정신이 든 마리는 차수한테 전화를 한다. “차수야, 너 지금 어디야?” “거의 공항에 다 왔어. 곧 도착할거야” “나 여권이 없어. 내 책상위에 놓고 온 것 같아. 우리 엄마가 오고 계신다니 중간에서 받아가지고 와라”

아이고 이런 실수가~ 잊을게 따로 있지 이건 완전 원맨쇼다. 분명 가방 안에 넣었는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 오늘 비행기를 못타면 모든 게 어그러지고 결혼날짜도 문제가 된다. 타이트하게 겨우 잡은 일정인데 어그러지면 안 된다. 오늘 비행기를 꼭 타야만 한다. 밤새도록 달려서 내일아침에는 중요한 미팅에 꼭 참석해야만 한다. 그 미팅은 회사의 사활이 걸려 있는 중요한 미팅이고 그 안건을 꼭 성사시키는 것이 결혼 전 할 일이다.

갖가지 생각에 잠겨있는 동안 차수가 어느새 와서 살포시 마리의 어깨를 감싸며 여권을 내민다. 싱그럽게 웃으며 여권과 함께 나타난 차수가 마리는 늘 미덥고 큰 의지가 된다. 같은 나이, 같은 또래, 서로 이름을 부르는 막역한 친구로 자랐지만 차수는 항상 넓은 여유와 너그러움으로 마리를 감동시키며 내면에 다져진 신앙으로 마리를 이끈다. 그래서 그와의 결혼을 결심한 마리다.

공항까지 누나를 태우고 기사노릇을 했던 마리의 동생은 차수가 나타나자 안심하고 자리를 뜨고, 여권 때문에 천국과 지옥을 왔다 갔다 하던 마리는 다리에 힘이 빠졌다. “너의 어머니 운전솜씨 대단하시다. 아직 시간 충분하니까 수속 끝내고 우리 커피 한 잔씩 하자” 마리의 팔을 이끌고 이리저리 끌고 다니며 티켓수속을 마친 차수는 커피향 그윽한 찻집 의자에 마리를 앉혀놓는다.

마리는 차수가 턱밑에 대주는 커피 한잔을 다 마시고나서야 정신이 맑아지고 기분도 안정되었다. 회사 일도, 결혼도, 다 잘 될 거 같은 확신도 들었다. 비로소 평정을 찾은 마리는 차수의 어깨에 마음과 몸을 기댄다. 잠시 눈을 감고 차수의 체온을 느끼며 환한 미소를 머금은 마리의 모습은 이미 5월의 행복한 신부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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