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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교포 김민호의 파란신호등> 오리가족의 이삿날

Writer's picture: 하베스트하베스트

일본도심의 작은 인공연못에서 병아리만한 10마리의 새끼오리가 태어났습니다. 이제 어미오리는 새끼들을 이끌고 강물이 흐르고 먹이도 풍부한 천연공원으로 이사를 해야 합니다. 새끼들을 키우기에는 역시 공기 좋고 물 좋은 곳이 최적지입니다.

목적지 천연공원까지는 500미터 거리에 불과하지만 어미오리는 사람주먹보다도 작은 새끼오리들을 이끌고 높은 계단을 오르고, 절벽에서 뛰어내리며, 자동차들이 씽씽 달리는 아스팔트도로를 건너는 험난한 과정을 몇 번이나 거쳐야 합니다. 그리고 길고양이와 까마귀들이 무리에게서 뒤처진 연약한 새끼오리를 호시탐탐 낚아채려고 노리고 있어 위험합니다.

새끼들을 이끌며 이사를 가는 어미오리는 혹시 뒤처진 놈이 없는지 연신 뒤를 돌아봅니다. 모성애까지 느껴집니다. 실제로 많은 새끼오리들은 이 과정에서 차에 치이거나 맨홀에 빠지거나 까마귀와 고양이의 공격으로 목숨을 잃게 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번의 오리가족들은 어미오리를 비롯해 10마리의 새끼들까지 안전하게 목적지 자연공원의 강가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이맘때쯤이 오리가족의 이삿날이라는 걸 아는 마을주민들이 새끼오리들이 빠지지 않게 맨홀위에 박스를 깔아놓고, 오리들이 아스팔트 도로를 건널 때는 도로에 일렬로 서서 차량을 통제하기도 하며, 새끼오리들을 노리는 까마귀들을 새총으로 쫓아내 주었기 때문입니다.

나는 오리들이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삶을 잘 살아내기를 응원하며 다큐멘터리가 끝날 때까지 가슴을 졸였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강가에 무사히 도착했을 때는 짠한 감동으로 박수를 쳤습니다. 오리들의 이삿날을 지켜보면서 나의 일본으로의 이삿날이 오버랩 되었습니다. 남의 나라에 와서 가정을 이루고 안정된 생활을 하기까지의 나의 삶의 여정이 새끼오리 같았습니다. 처음엔 얼마나 두렵고 무서웠는지요. 그러나 좋은 분들을 만났습니다.

“호랑이를 그리다 망치면 고양이라도 되지만 고양이를 그리다 망가지면 아무것도 되지 못 한다”며 꿈을 크게 갖도록 이끌어 주시던 공장장님이 계셨습니다. “젊어서 공부를 해야한다”며 공부와 담을 쌓고 미친 듯이 일만하던 나에게 일본어교본을 주시며 비전을 일깨워주시던 사장님이 계셨습니다. 뒤늦게 만난 짧은 만남이었지만 성경책을 물려주시며 “하나님을 섬기는 것이 사람의 제일 되는 목적”이라고 영혼의 살길을 알려주시고 하늘나라로 떠나신 친어머니가 계셨습니다.

순간마다 희망과 목표를 갖도록 이끌어주신 고마운 분들! 거친 세상에서 삶의 방향을 바로잡아주신 어른들! 지금 나의 안정과 행복 뒤에는 정성과 기도로 이끌어주신 그분들이 계셨습니다. 미숙한 새끼오리 같던 나를 이 손길 저 손길을 통해 품어주신 하나님의 섭리를 찬양합니다. 이제 나 또한 누군가의 길잡이가 되어야한다는 울림을 가슴으로 받습니다. 변함없이 잘 실천하며 살 수 있도록 기도로 키워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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