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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호의 일본이야기> 남의 나라에서 사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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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사관으로부터 재외국민신청을 하라는 연락을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한국의 대통령선거 무렵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내가 남의 나라에 와서 사는 사람입니다. 한국말을 하고, 한국음식을 먹고, 한국말로 한국뉴스를 보며, 한글로 원고를 쓰고 받고 하다보니까 일본에서 살고 있다는 생각을 잊고 지낼 때가 참 많았습니다. 아니 한국이고 일본이고를 아예 잊고 지낸다는 말이 더 적합한 표현입니다.

좋게 표현하면 내 나라처럼 편하게 살고 있다는 얘기가 되는 셈입니다. 거기엔 아내 메구미가 한몫을 합니다. 한국말을 배우려고 시작한 떠뜸한국말이 점점 늘어 이젠 한국말, 한국음식을 자연스럽게 하고, 교회에서도 여전도회며 음식봉사며 한국아줌마 티를 풍풍 풍기며 지냅니다. 물론 먼저 오신 교포들이 든든한 버팀목도 되어주고, 일자리도 찾아주고, 섬길 교회도 알려주고, 아내를 만나게도 해주고, 순간마다 친절하게 돕고 살펴준 덕분을 빼놓을 수 없고요.


새삼 이런 장황한 설명을 하는 것은 한국에서 만났던 외국인 청년이 생각났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 살던 청년시절, 출근길 버스에서 잠시 봤던 청년입니다. 그는 버스기사에게 호되게 당하고 있었습니다. 동남아에서 온 외국인으로 보였습니다. 그런데 분명히 기사에게 혼나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사람들의 눈과 귀가 그를 향했습니다. 그 청년이 잘못이 없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설사 잘못이 있다하더라도 남에게 반말과 비속어를 쓰면서 꾸짖는다는 것은 상식에서 벗어난 일입니다. 버스기사는 그 청년이 한국에 돈을 벌기위해 온 외국인근로자라는 것을 알고 무시한 것입니다. 듣다 못한 외국인 청년이 어눌한 억양의 한국말로 한마디 했습니다. “아저씨, 반말은 하지 마세요, 욕은 하지 말아 주세요” 예의를 갖춘 그 청년의 말은 나의 가슴을 ‘쿵’쳤습니다. 승객들도 외국인 청년을 응원하는 표정이었습니다.

 

한국은 왜 굳이 ‘외국인근로자’라고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왜 그들을 무시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어차피 국제화시대에 자의든 타의든 함께 살면서 말입니다. 나도 일본에 와서 말로만 듣던 외국인근로자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힘들 때도 있지만 자리를 잡지 못했던 처음시절부터 억울하거나 쓸쓸하지는 않았습니다. 더욱이 자존감이 무너진 일은 단 한치도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일본인들에게 무시당하거나 반말이나 비속어로 꾸중을 들은 일이 없습니다. 오히려 모든 것이 서툴고 낯설던 초창기에도 친절을 베풀어 주신 몇몇 일본인들이 있어 지금도 그분들에게 감사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본 그 외국인청년도 분명히 꿈이 있고, 의지할 자국동포가 있고, 사랑하는 가족들이 기다리는 고국이 있을 텐데 부디 마음의 상처를 잊고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목적한 바를 이루고 성공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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