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여야가 다 같이 기립박수를 쳤다니 무슨 일인가 했다. 질의응답도 소곤대듯 다소곳이 했다니 더더욱 무슨 일인가 싶었다. 그래서 알아보니 한 여성국회의원의 ‘물고기연설 때문이었다. 그는 안내견의 안내를 받으며 단상에 오른 핑크색 원피스 차림의 앳된 시각장애인이었다. 안내견을 옆에 침착하게 앉힌 그는 한분의 장관을 공손히 불렀다.
앞에 나온 장관은 공손하고 진지하게 “앞에 나와 서 있습니다”라며 눈으로 볼 수 없는 상대를 배려하여 말로써 앞에 나와 서있음을 알렸다. 아름다운 배려도 좋았다. 질의내용은 장애인이 겪는 어려움의 토로인데 그걸 쉽고 간단한 물고기 ’코이‘의 비유를 들어 이른바 ‘물고기연설’을 한 것이다.
장내는 숙연한 공감의 바다가 되었고, 늘상 있던 삿대질도, 야유도, 고성도, 콕콕 찌르는 말잔치도 없었다. 연설이 끝나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여야가 다함께 힘차게 기립박수를 쳤고, 국민들은 모처럼 행복했다. 모두의 가슴에 큰 울림으로 다가온 ‘물고기연설’은 거저 만들어진 게 아니었다.
안내견과 함께 미리 예행연습을 하며 국회안 ‘바닥의 느낌’을 미리 배워둔 장애인국회의원이 있었고, 철저한 조사와 자료준비를 점자로 만들어 연단에 비치해 놓은 보좌관들이 있었다.
“물고기 ‘코이’는 환경에 따라 성장의 크기가 달라집니다. 코이는 작은 어항 속에서는 10㎝를 넘지 않지만, 수족관에서는 30㎝까지, 그리고 강물에서는 1m가 넘게 자라나는 고기입니다”
“사회적 약자들의 기회와 가능성, 성장을 가로막는 어항과 수족관을 깨고, 국민이 기회의 균등 속에서 재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정부가 더욱 적극적으로 강물이 돼주시기를 기대합니다”
점자로 된 자료를 손으로 읽어가며 장애인 정책에 대한 질의를 이어간 그는 6분이나 시간을 초과하는 누가 있었으나, 14년 만에 주어진 추가시간이라는데도 단 한사람도 이의를 다는 사람이 없었다.
삽시간에 국회대정부질문장은 온광로로 변했고, 댓글은 빗발쳤다. “큰 울림을 받았다” “사회적 약자에게 기회와 가능성을 주자” “성장을 가로막는 다양한 어항과 수족관이 있다는 아픈 지적에 공감한다” “입법과 예산, 정책으로 응답하겠다” 등등 훈훈한 응답에 우리 국민은 덩달아 힘이 난다.
“국민들의 대표라는 국회의원들의 자질도 땅에 떨어졌고, 정부를 대신하는 행정가들도 빈 가슴으로 마주 앉아 있으니 국회대정부질문 시간이 그간 늘 아슬아슬하고 국민들의 삶과 거리감이 있었습니다” “이번에 모처럼 모범사례의 정답이 나왔습니다” 전문가들의 높은 평가도 이어졌다.
마땅히 해야 했고, 할 수 있었던 훈훈한 국회의 모습이었다. 국회여, 제발 계속해서 이런 행복을 우리에게 안겨주십시오. <원더풀라이프 발행인 박명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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