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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l Aging-아름답게 나이먹자> 참 나쁜 사람들 



지난달, 손바닥만한 비닐백을 선물로 받았었다. 그토록 종잇장처럼 가볍고 헝겊처럼 얇은 가방은 난생 처음이었다. 이게 뭔가 싶어 손이 덜덜 떨려왔다. 손잡이에 매달린 거액의 가격표를 보니 더욱 부들부들 떨렸다. 통통하게 채운 가방속 종이뭉치 사이로 ‘가짜 가죽’이란 명패가 삐죽 고개를 내밀고 나타났다. 한국 전철지하도에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5000원, 3000원 떠들고 파는 그런 종류였다.

순진하기 그지없는 내 남편은 그걸 선물이라고 한송이 국화꽃을 피우듯 밤새도록 소쪽새가 되어 그리도 울었단 말인가. “한국에서 올 때 선물로 당신 가방 사온다고 했어” 아내에게 좋은 핸드백 하나 안겨주고 싶어 목을 빼고 기다린 노인목사의 마음을 단칼에 난도질을 해가면서 주의 일을 한다고 떠드는 참 나쁜 그들 부부는 도대체 무슨 심보로 얼굴을 들고 내 남편을 대하는 것일까?

 

또 다른 나쁜 사람이 있었다. 수십 년이 지났어도 잊어지지 않는 참 나쁜 사람이다. 당시 15300불짜리 1년된 중고차를 5.3%의 높은 이자율로 팔아먹은 사람이다. 당시 새차는 2만불 무이자였다는데 왜 그는 세상물정 모르는 순진한 목사에게 중고차를 권하며 새차를 소개하지 않았을까?

“참 나쁜 사람입니다” “LA에서 거짓말을 해야 하는 나쁜 직업 첫째 둘째가 자동차판매 세일즈맨과 보험 세일즈맨인데 그래도 직업을 떠나서 목사님 같은 순수한 분에게는 그렇게 대하면 안 되지요” “점잖은 분은 점잖게 대해야지 아무나에게 막무가내로 바가지를 씌우면 안 되지요” 당시 자동차보험 책임자가 자기도 직업을 바꾸려고 한다며 우리 부부에게 해준 말이다.

 

세상에는 까놓고 나쁜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그래도 나쁜 사람임을 자타가 인정한다. 그러나 선한 척, 가면을 뒤집어쓰고 나쁜 짓을 하는 사람은 이미 속속들이 썩어 스스로 자각도 없고 양심에 가책도 느끼지 못한다. 글을 쓰느라 잠시 그들을 떠올렸는데도 죄인처럼 가슴이 쿵쾅거리는데 그들은 어떤 생각을 하며 사는 사람들인지 한심스럽기도 하지만 참 가엾기도 하다.

누구든 살다가 죽을 때는 모두 놓고 간다. 아니, 이미 세상에 살 때도 진리로 자유케 사는 사람들이 얼마든지 있다. 하늘나라는 금은보화로 지어져 있기 때문에 아무것도 들고 갈 필요가 없다. 가끔 그걸 알려주시느라 성령께서 뭔가를 마음에 울림을 주실 때가 있다. 그때는 귀를 크게 열고 들어야한다. 그때가 가장 중요한 걸 찾는 순간이며, 동물과 달리 ‘생각하는 사람’이 되는 순간이다.

내가 무엇에 가장 돈을 많이 쓰고 있는지, 내가 무엇을 가장 많이 이야기하고 사는지, 나를 가장 많이 차지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그러면 자기가 어떤 인간인지를 알게 된다. 죽음이 턱밑에 찾아왔을 때 주르륵 눈물을 흘리는 순간이 오면 이미 너무 많이 늦은 것이다. <원더풀라이프 발행인 박명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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