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신앙생활이 타성이 되어 물 없는 샘이 되어 있지는 않은지” “타성에 젖어 형식적인 종교인이 되어있지는 않은지” “연말에나 겨우 한해를 뒤돌아보는 게으름” anc온누리교회 목사님의 설교말씀이 종일 양심에 뜨끔거려왔다.
“얼마나 스트레스로 혹사시켰으면 원형탈모가 생겼냐”며 내 뒷머리를 살피던 미용실원장님의 말에 나는 앞머리까지 훌러덩 벗겨질까 떨면서 스트레스의 주범을 찾느라 과거를 거슬러 훑어보았다. 돕는 배필! 남편인 목사를 왕처럼 모시라는 뜻도 아니고, 그렇다고 잘못을 덮어주라는 말도 아닌 그 뻔한 사모노릇 때문에 원형탈모가 생겼을까?
평생 돌봐야할 가족을 평생 관심 없이 살고는 지금은 어느덧 배가 불쑥 튀어나온 노틀의 환자가 되어 아프다는 명목을 붙여 상전으로 군림하는 남편목사에게 스트레스의 근원이 있는 걸까? 아니, 이 또한 매너리즘 통념일까?
어릴 때 나는 논바닥에 서있는 허수아비가 무서웠다. 그래서 멀리 피해 다녔다. 그런데 커가면서는 모자를 씌워주며 함께 놀았고, 학생 때는 허수아비가 있는 논두렁에 앉아 시집을 읽으며 놀았다. 그런데 나이 들면서는 아이디어 하나 못 내고 월급 받아먹는 허깨비허수아비들이 눈에 거슬렸고, 요즘은 입만 살아서 나불대는 송장 같은 허수아비들이 이방인처럼 싫다.
선거 때면 슬그머니 정치판에 나타나 죽기살기 덤비는 타성에 젖어있는 늙은 허수아비정치꾼들도 볼썽사납고 흉측스럽다. 허수아비가 무엇인가. 사람이 아니다. 가짜다. 양심도 진심도 없이 움직이는 꼭두각시다. 사람도 그렇다. 맘에도 없이 베푼 겉치레, 맘에도 없는 웃음, 맘에도 없이 손과 발을 혹사시켜 행한 모든 것이 가짜다. 어떤 모습이든 어떤 지위를 갖고 있든 허수아비들은 가짜다. 그래서 세상도 하나님도 카운트조차 안한다.
정치계도 교육계도 의료계도 종교계도 요즘 모두 새사람을 찾는다. 급변하는 IT시대에 더 이상 허수아비들은 무대에서 내려가기를 바란다는 뜻이다. 감성이 없는 AI의 삭막함도 안 되고 사람냄새 신선하게 풍기는 새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놈도 아니면서”라는 애꿎은 욕을 먹어가며 4대째 한국선교를 해오는 어느 선교사가 자의인지 타의인지 정가로 나왔다. 그분들은 조선인들에게 의술만 베푼 게 아니고 상투 튼 고집 센 조선인들에게 온돌방에 무릎 꿇고 앉아 대대로 복음을 전했던 분들인데 이번엔 국회에 복음이 필요한 것인지 모를 일이다. 나도 선교사라서 그런지 은근 걱정이다.
여하튼 각 당에 새로 출현한 몇몇 새사람들에게 사람냄새 신선하게 풍기며 새풍토를 만들어내기를 기대해본다. 부디 나라 곳곳에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들은 깡그리 없어지고 어슬렁거리는 허수아비들은 사라져라. 미성숙은 채워지고, 헛것은 버려지고 걷어지고, 새것은 돋아나라. 온전한 나라, 좋은 사회, 새로운 시대여 도래하라. <원더풀라이프 발행인 박명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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