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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l Aging-아름답게 나이먹자> 반성문


내가 교편생활을 하던 때는 토요일도 수업을 하던 때였다. 단 오전수업만 하고 끝시간은 반장의 주도하에 학급자치활동으로 반성회 시간을 가졌었다. 그런데 얼마나 진지한지 담임교사나 훈육교사도 못해낸 엄청난 일들이 그때 벌어지곤 했다. 체육시간에 없어졌던 돈이나 귀중품들이 나오기도 하고, 눈물을 흘리며 반성하는 일도 벌어지고, 패싸움하던 일이나 동네문방구에서 삼립빵을 훔쳐 먹던 자백도 술술 터져 나왔다.

그때마다 교무실 내 책상위에는 우리반 68명 전체의 반성문이 쌓이기도 하고, 말썽꾸러기 몇놈들의 반성문이 올려지기도 했다. 스승의 교권이 땅에 떨어지고 학생들의 권리가 하늘을 찌르는 요즘시대에선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지만 그때의 반성문은 말썽꾸러기가 변화되기도 하고 문제학생들이 모범생이 되는 계기도 되었다.

불과 며칠 전, 우리나라에서 있었던 새만금잼버리국제대회를 보면서 그 옛날 우리반 아이들이 했던 반성회가 떠올랐다. 반성문을 써야할 사람들도 수두룩하고, 반성회를 가져야할 기관도 수두룩하다는 걸 때마다 느꼈다. 책임을 말아먹고, 공금을 갉아먹은 어마무시한 국제적 망신과 잘못은 무슨 해명으로도 변명의 여지가 없다. K팝 휘날레로 국제청소년들을 겨우 달래서 보내긴 했어도 자라나는 청소년들의 꿈을 잃게 한 엄청난 과오를 탕감 받을 수도 없다.

도대체 그 많은 땅 중에 왜 굳이 배수도 안 되는 생갯벌 지역이었는지, 염분이 높아 나무 한그루 심을 수 없다는 뻘밭에 왜 그 예쁜 울긋불긋한 텐트를 쳐야만했는지, 하나 둘밖에 없는 남의나라 귀한 자식들을 21세기 대명천지에 왜 온열환자와 풀벌레에 시달리게 했는지 속 시원한 자백과 자책이 터져 나와야 한다.

800만원 곱하기 4만5천명의 그 많은 돈은 다 어디로 갔는지, 단백질 대체물 없이 국수만 나왔다, 바나나만 나왔다, 곰팡이 핀 계란, 부실화장실, 바가지요금 등의 원망 뒤에 숨은 조직위며 대회장이며 집행위들의 반성문이 속히 나와야 한다. 물론 철저한 반성회가 먼저다. 그래야 그나마 자라나는 스카우트세계청소년들에게 내일이 있지 않겠는가?

그래도 해결사로 자처하고 나선 위대한 우리 국민들은 역시 K팝급이다. 잼버리 인솔자에게 신세계 상품권을 전달하기도 하고, 스마트폰 번역기를 이용해 “잼버리 행사운영이 미숙한 점 미안하다” “대신 결제해주고 싶다”의 민심이야말로 또 다른 우리의 국력이었다. 사이다와 삼각김밥, 야식세트와 캬라멜 음료를 받아든 파란눈의 스카우트 청소년들이 외친 “I love Korea”의 한마디가 눈물겹게 고맙다.

“잼버리가 끝나고도 남아서 한국을 체험하겠다는 아이들에게 행복한 기억이 되길 바란다”는 어느 노인의 바램이 이심전심 우리 모두의 마무리염원이다. “종교계와 기업, 대학과 지자체 등에 감사하다”는 인사로 손 흔들고 한국을 떠나는 잼버리들에게 하나님의 축복을 기도드린다. <원더풀라이프 발행인 박명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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