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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교포 김민호의 파란신호등> 하늘의 불꽃, 마음의 불꽃


인간이 화약을 이용해서 만든 발명품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폭탄’이고 또 하나는 ‘하나비’입니다. 폭탄은 사람을 죽이고 다치게 하고 땅을 황폐케 만드는 어마무시한 무기로 전쟁 때나 쓰입니다. 내가 사는 일본은 누구보다 그 무기의 위력을 잘 압니다. 그래서 일본에 사는 크리스찬들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 종식을 아주 간절히 기도합니다. 그리고 최근 느닷없는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이 행여 큰전쟁으로 번질까 가슴 철렁이고 있습니다.

‘하나비’는 밤하늘에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데 ‘피이익’ 소리를 내며 하늘높이 솟아올랐다가 어느 순간 ‘펑’하고 떨어지며 불꽃 하늘을 만듭니다. 내가 처음으로 하늘에 피는 꽃을 본 때는 초등학교 2,3학년 때쯤, 88서울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서울에서 열린 불꽃축제였습니다. 난생 처음 본 밤하늘의 불꽃이 어린 나에게 너무나 황홀하고 신기했습니다. 얼마 전에는 2023년 서울세계불꽃축제가 그곳에서 역대에 빛날 만큼 화려하게 펼쳐졌다고 합니다.

 

결혼 전, 일본기차여행을 혼자 떠난 때가 있었습니다. 창밖을 내다보며 모처럼 한가하게 밖의 풍경에 빠져 있는데 예기치 않게 찬란히 핀 밤하늘의 불꽃을 보게 되었습니다. “하나비다!” 누군가 소리를 쳤고 삽시간에 사람들의 환호소리로 기차안이 술렁였습니다. 마침 ‘하나비대회’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밤하늘을 가득 채운 형형색색의 불꽃들로 사람들은 감탄사를 연발했고 여행의 낭만은 절정이 되었습니다.

하나비의 기원은 농사를 망친 해에 기아로 굶어죽은 영혼들과, 역병이 창궐해도 치료법을 몰라 그대로 죽은 ‘에도시대’의 영혼들을 위로하느라 화약을 하늘로 쏘아올린 것이 기원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휴가와 추석과 하나비대회가 합쳐져 매년 연중행사로 요란합니다.


얼마 전, 아내의 손에 이끌려 또다시 하나비대회를 보러 갔습니다. 아내는 세상 모든 걱정을 잊은 듯 어린애처럼 폭음소리를 내는 ‘하나비’ 불꽃놀이에 손뼉을 치며 흥분하고 있었습니다. 온갖 불쇼로 밤하늘을 수놓는 하나비의 불꽃이 사람들을 모두 어린애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많은 생각이 스쳤습니다.

예수를 믿고 믿음이 성장하면서 내 마음속에 하나의 불꽃이 피고 있었습니다. 뜨겁고 희열이 넘치는 불입니다. 그 불꽃이 제발 꺼지지 않고 더 활활 타오르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습니다. 마음이 뜨거워지면서, 코끝이 싸하고, 눈물이 터지는 내 마음의 불꽃, 그것은 성령의 불꽃입니다. 내 어머니께서 하늘나라로 가시면서 내 마음에 심어주고 가신 불씨입니다.

 

해마다 추석이나 설명절이 돌아오면 부모형제가 없는 나는 그동안 늘 외롭고 쓸쓸했습니다. 그런데 마음에 불꽃이 일기 시작하면서부터 변화가 생겼습니다. 햇곡식과 햇과일을 먹으며 감사의 잔치를 벌이는 교회의 축제, 추수감사절이 나의 추석명절이 된 것입니다. 그리고 하나님이 나의 아버지가 되시고 좋은 교우들이 형제가 되었습니다. 올해도 곧 추수감사절이 다가올 것입니다. 나는 어릴적 명절을 기다리듯 그날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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