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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교포 김민호의 파란신호등>새가 노래하지 않으면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 이 세 사람 중 일본사람들에게 가장 훌륭하다고 평가받는 사람은 누구인가요?” 나는 일본에서 사귄 일본인 친구에게 오랫동안 궁금했던 걸 물어봤습니다.

중국에 삼국지가 있듯, 우리나라에 이순신 장군 이야기가 있듯, 나라마다 유명한 사람이나 영웅들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일본에는 인기 있는 이야기중 하나가 이들 세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이들은 일본이 여러 세력으로 나뉘어서 전쟁이 끊이지 않던 전국시대에 활약한 대표적인 인물이고 그만큼 많은 얘기꺼리를 만들어내는 인물들입니다.

한국에서는 조선을 집어삼키려고 임진왜란을 일으킨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가장 잘 알려져 있고 지금까지도 한국인에게 많은 미움을 받고 있습니다만 일본에서는 세 사람 모두 비슷한 시기에 태어나 각기 다른 업적을 이룬 우열을 가리기 힘든 역사적인 인물들로 유명합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일본인친구에게 한 질문은 “삼국지의 유비, 조조, 손권 중에 누가 가장 훌륭한 사람인가요?”라고 묻는 것처럼 쉽게 답을 내기 어려운 문제였던 것 같습니다. 그 어려운 질문에 일본인 친구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오다 노부나가는 새가 노래하지 않으면 그 새의 목을 베는 사람이었고,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새가 노래하지 않으면 여러 방법을 동원해서 그 새가 노래하도록 만드는 사람이었고,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새가 노래하지 않으면 그 새가 노래할 때까지 기다리는 사람이었습니다.”

친구는 누가 더 훌륭했는지에 대한 답변은 안했으나 세 사람의 성격과 특징이 어떠했는지는 명확히 알게 해주었습니다.

오다 노부나가는 강력한 카리스마와 리더십으로 혼란스럽던 전국시대의 일본통일을 이루는가 싶었지만 자신의 꿈을 이루기 직전 독단적인 통치에 불만을 품은 부하의 배신으로 죽게 됩니다. 오다 노부나가는 새가 노래하지 않으면 새의 목을 베는 사람이었습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일본통일을 이루면 자신의 부하들에게 많은 땅을 주기로 약속하고 자신의 부하들과 함께 통일에 성공하지만 일본만으로는 부하들에게 나눠주기로 약속한 땅이 부족하자 무리하게 조선과의 전쟁을 일으키고 패망하게 됩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새가 노래하지 않으면 여러 방법을 써서 그 새가 노래하도록 만드는 사람이었습니다.

세 사람 중 가장 세력이 약했지만 끝까지 인내하며 때를 기다린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새로운 시대를 열고 이후 도쿠가와 가문은 265년 동안 통일된 일본을 다스리게 됩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새가 노래하지 않으면 그 새가 노래할 때까지 기다리는 사람이었습니다.

“이기는 것만 알고 지는 것을 모르는 것은 위험하다. 인내하는 것이 오래도록 마음의 평안을 얻는 길이다.” 그가 세상을 떠나면서 마지막 남겼다는 이 말이 마음에 오래 남습니다.

나는 일본인 친구와 대화를 하면서, 그리고 이 글을 쓰면서, 계속 내 자신에게 나는 어떤 사람인지 물어봅니다. 새가 노래할 때까지 기다리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주님의 시간표, 주님이 정해주신 때까지 참고 인내하면서 이 사회와 주님의 나라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되게 해달라고 기도하며 원고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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