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의 기습공격으로 시작된 이스라엘의 전쟁이 끝날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가자지구와 팔레스타인 그리고 이스라엘의 복잡한 셈법과 중동전쟁의 두려움을 익히 알고 있는 지구촌은 그래서 걱정이 많다. 전쟁을 겪어본 우리는 안다. 제아무리 타당한 이유를 붙여도 역시 선한 전쟁이란 없다는 것을. 전쟁이란 결국 서로에게 참혹한 결과만을 안겨준다는 사실을.
남쪽으로 쫓겨 가는 긴긴 피란민 대열은 바로 73년 전 우리 한민족의 모습이었다. 북에서 남으로, 다시 낙동강 건너 더 남쪽으로, 남부여대 긴 행렬을 이루며 낯선 산천을 헤매다가 무수히 죽어가고, 가족과 헤어진 아픈 역사를 가진 우리는 너무도 잘 안다.
“휴전하라, 인질석방부터 하라, 인도적 교전중단, 인질교환을 위한 잠시휴전” 등등 시시각각 변하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유엔과 미국, 그리고 각 나라의 평화시위자들의 목소리가 한데 뒤엉켜 날마다 전쟁의 시름은 쌓여져간다. 허물어진 잔해속 울부짖음이 참으로 슬프다. 사실 이들의 역사적 관계는 우발적이 아니다. 그들은 뿌리 깊은 원한과 분노와 복수의 감정이 서려있다. 그래서 한국전쟁이나 우크라이나 전쟁보다 복잡하고 어렵다.
중동지역의 분쟁은 팔레스타인 지역을 위임 통치했던 1920-1948년 당시 영국이 아랍인들에게 이 지역을 반환하겠다고 했던 약속(맥마흔 선언)을 깨고 1948년 전 세계에 흩어져있던 유태인들의 이주를 허락한데서 비롯된다. 이스라엘이 건국되면서 다수의 팔레스타인들은 고향에서 추방당해 가자지구와 서안지구 난민촌에서 살게 되었다.
그동안은 모두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통치하고 있었으나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극우 보수정권이 강경책을 쓰면서 2016년 대이스라엘 강경파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집권명분이 생긴 것이다. 지금 팔레스타인들은 이스라엘이 그들을 가자지구에서 남쪽으로 축출한 뒤 이 지역을 영원히 점령할 것으로 의심하고 그 지역을 사수하고 있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힘의 우위에 있는 이스라엘군에 대항하여 이란군이 개입하고 아랍권과의 전쟁으로 확대된다면 엄청난 인명피해와 걷잡을 수 없는 위험에 빠지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지하에 숨은 땅굴을 찾아 파헤치면서, 피난민들에게 먹을 것을 제공하고, 피할 곳을 마련해 준들, 전쟁은 어느 경우에도 이익도 없고 좋은 해결책일 수도 없다.
“지하에 무기고가 있으니까 건물을 파괴하는 것이고, 교회와 병원, 학교건물과 함께 피신자들이 벙커에 있으니 거기서 소리 없이 죽어가는 것이 그곳의 현실입니다” 구사일생 살아있는 사람들과 필사의 탈출로 살아 돌아온 우리 교민가족들이 전해준 고백이다.
세상은 이래저래 실타래처럼 엮어져 저쪽이 다치면 이쪽도 아픈 법, 그래선지 미국의 연말이 많이 어둡다. ‘화평케 하는 자들은 평화를 심어 의의 열매를 거두리라’는 야고보서의 말씀을 요즘은 깊이 묵상하게 된다. <언론인, 칼럼니스트, 뉴저지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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