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내 아내는 날씨가 추워지면 가끔 부대찌개를 끓여줍니다. 내가 한국음식을 그리워한다는 걸 알고 유튜브를 틀어놓고 앞치마를 두르고 본격적으로 그럴듯하게 끓여줍니다. 아내의 손맛이 좋은 건지 내가 아내의 손맛에 길들여진 건지 아내가 해준 음식을 먹으면서 나는 한국을 느낍니다. 오늘은 날씨가 추워서 부대찌개를 끓여야겠다고 합니다. 그래서 칼퇴근을 하고 집으로 차를 몰았습니다.
크리스마스 시즌인데 부대찌개란 정말 어울리지 않는 음식이긴 합니다. 그런데 침이 꿀꺼덕 넘어갑니다. “왜 부대찌개라고 이름을 지었을까?” 아내의 느닷없는 질문에 나는 긴 답변을 합니다. “아, 50년대 군부대에서 나온 찌개라고 해서 ‘부대찌개’라고 부르게 된거야. 가난한 시절에 미군들이 먹고 남긴 햄과 고기 그리고 각종 통조림 등 이것저것 모두 넣고 잡탕으로 끓여 만든 찌개야. 그래서 처음엔 꿀꿀이 죽이라고 했대”
부대찌개는 슬프고 힘들었던 한국인의 과거가 있습니다. 그리고 어려움을 극복한 한국인들의 성공스토리가 담겨있습니다. 미군들이 먹다가 남긴 음식물로 만든 부대찌개! 그러나 맛도 좋고 영양가도 풍부한 당대 최고의 그 음식은 우리 한국인들을 전쟁의 고통과 가난에서 건강으로 회복시키며 꿈을 이루게 했습니다. 그리고 ‘사명’도 찾는 전화위복의 기회도 삼았습니다.
전화위복의 기회를 찾은 네델란드 사람, 하멜이 있습니다. 무역선 선원이었던 그는 목적지 일본을 향해 가다가 폭풍으로 표류하면서 우리나라 조선에 정착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는 그날의 사건을 ‘하멜표류기’라는 글을 써서 유럽에 알렸습니다. 삽시간에 유명한 작가가 되어 역사에 이름을 남기는 계기가 된 것입니다. 일본으로 가서 ‘부’를 누리려던 하멜의 ‘꿈’이 하멜표류기를 통해 동양의 작은 나라 조선을 유럽에 알리는 ‘사명’을 완성한 것입니다.
내가 일본에서 즐겨보는 “당신은 무엇을 하러 일본에 왔나요?”라는 TV프로가 있습니다. Japan Dream을 꿈꾸는 외국인들의 성공사례를 인터뷰 형식으로 꾸미는 프로입니다. 어느 대만여성이 눈 쌓인 겨울이 그리워서 홋카이도에 와서 호텔업의 꿈을 키웠다고 합니다. 그런데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가정을 이루고 행복하게 사는 더 좋은 목적을 이루었다고 인터뷰를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당신이 한국에서 일이 술술 풀렸다면 일본에도 안 오고 나도 못 만났겠지요?” 옆에 있던 아내가 질문을 해왔습니다. 나는 상상하기도 싫은 말이라고 했습니다. 일본에 와서 일본인 아내를 만나 이룬 이 행복! 이 보금자리! 이것이 내게 최대의 소망이며, 아내와 함께 가정의 행복을 지키며 하나님께 감사하는 삶이 나의 ‘사명’입니다.
생각해 보면 철없던 젊은 시절에 꿈꾸던 돈 집착의 성공은 한낱 허공을 잡는 물거품입니다. 하나님이 주신 ‘사명’을 안고 벅찬 마음으로 구주예수님이 나신 성스러운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며 사는 것이 최대의 행복입니다. 아내가 정성스럽게 끓인 부대찌개 냄새가 집안 가득합니다. 원더풀라이프 독자여러분! Merry Christm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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