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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l Aging-아름답게 나이먹자>새날의 비상

  


한국에 사는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오늘 새벽에도 이름 불러 기도했던 반가운 친구의 목소리. “너, 설마 또 빙판에 넘어져서 팔에 깁스 한건 아니지?” 나는 반가움의 표시로 농담을 시작으로 전화를 받았다. 그런데 친구의 침울한 목소리가 가슴을 쿵 무너뜨렸다. 한 친구가 스트로크가 와서 거동이 불편하다는 Bad 소식이었다. “마침 현이 한국에 와서 함께 찾아가 끌어안고 엉엉 울었어” 끌어안고 울었다는 말이 더 슬프게 마음에 박혔다.

두툼한 사전을 옆구리에 끼고 공부를 파던 친구, 상담가로 교수로 예쁘게 살던 친구였다. 강의실에 둘러앉아 소곤대던 우리의 젊은 시절이 흑백영화처럼 머리에서 눈으로 스쳐간다. 코로나 땐 폐렴으로 갑자기 우리 곁을 떠난 소프라노 친구도 있었고, 참 세월무상이다.

심장수술을 한 남편 치다꺼리로 로션 한번 제대로 못 바르며 허둥댔던 나의 세월을 베어 먹은 남편은 오버체중이 된 body를 자랑하며 젊은 심장이 됐다고 바깥활보에 열을 올리는데, 나는 온전치 않은 그의 기억력과 완전치 않은 그의 판단력이 슬퍼서 아스러져간다. 그래선지 친구의 bad 소식이 참 찌르르하다.

     

오늘따라 베란다문으로 길게 비친 거실 햇빛이 반갑다. 한해가 밝았다는 신호 같았다. 마음을 다잡고 ‘새날의 비상’을 시도해본다. 우선 책상을 닦는 작업부터 했다. 알코올로 검은 때를 녹여내고, 칠이 벗겨진 곳은 하얀 수정펜으로 덧칠을 하고, 책상위 너절한 물건은 모두 치웠다. 하얀색상이 선명해졌다. 와~ 좋다.

다음은 구닥다리 컴퓨터를 윤이 나도록 빡빡 닦았다. 한국서 친한 친구가 보내준 old old 거북이 삼성랩탑이다. 작년에 아들이 사준 손터치용 신형랩탑은 넷플릭스 영화전용으로 제쳐두고, 손에 익숙한 삼성에 꽂혀 꼰대소릴 듣는 나다.

이젠 날개를 펄럭여서 자체 세척을 해야 한다. 컴퓨터를 활짝 열었다. 책을 만들 만한 원고는 따로 추리고, 철지난 시사성 원고는 휴지통으로 날려버리고, 색바랜 추억나부랭이 원고는 또 다른 꼭지제목을 붙여 분류해 두었다.

     

하늘 높이 날아 비상하려면 몸이 깃털처럼 가벼워야 한다. 그래서 이젠 마음정리, 영적 해결로 들어가야 한다. 그건 후회든 회개든 마음속을 털고 지워야 하리라. 그래야 “이전 것은 지나갔으니 보라 새것이 되었도다”는 주의 말씀이 보이리라.

내 인생을 내 삶으로 진열하지 못하고 남의 인생에 포개져서 그 짐을 안고지고 쓰러질 듯 살아온 억울함. 여자로 아내로 폼나게 안방마님처럼 살지 못한 아쉬움. 새해가 되고 한 살을 더 먹을 때면 으레 나를 옭아맸던 하많은 서러움을 이젠 완전 털어내기로 한다.

마음속 감정의 찌꺼기도 날려버리기로 한다. 묻어둔 아픔, 날아간 재산들도 분토같이 여긴다. ‘진즉 풀을 걸’하는 후회도 지워버린다. 최선을 다했으면 상처 따윈 처음부터 없어야 하는 거다. 모두 비우고 나니, 휴~ 시원하다. 이젠 비상하면 되는 거다. 새해 새날의 비상! <원더풀라이프 발행인 박명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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