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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교포 김민호의 파란신호등>히로시마 유칼립투스 



아내와 함께 히로시마성을 산책하다가 유칼립투스 나무 한 그루가 유난히 눈에 띄었습니다. 유독 기형적이고 뒤틀린 듯한 모습을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알고 보니 그 나무는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떨어졌을 당시 피폭범위인 반경 2킬로미터 내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유칼립투스 나무라고 합니다. 마침 우리나라 삼일절이 되어서인지 여러 생각이 스칩니다.

3000도가 넘는 피폭의 열기와 화염을 이겨낸 그 나무의 생명력이 참으로 대단해 보였습니다. 마치 피폭현장의 한복판에서 ‘모든 생명은 귀하다’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듯했습니다. 원폭 이야기를 하다 보니 생각나는 게 한곳 더 있습니다. 철골뼈대만 남아있는 원형지붕의 원폭돔입니다. 그 돔은 폭격으로 군데군데 부서진 상처가 가득한 채로 보존되고 있습니다.

한눈에도 전쟁의 공포와 아픔이 느껴지는 궁상맞은 잔상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핵무기의 근절과 세계 영구평화의 소중함을 호소하는 인류공통의 평화기념비적인 돔이라고 합니다. 여러 시비 끝에 결국 핵무기의 참화를 알리는 역사의 증거로써 보존하기로 했으며 여러 나라들과 평화협정을 맺고 후대들에게 전쟁을 겪지 않기를 바라는 염원이 담겨있다고 합니다.

 

일본에는 1920년부터 실시했다고 하는 유명한 하코네 역전마라톤대회가 있습니다. 전국의 대학팀이 참가하고 TV로 생중계되는 일본인들의 열광과 응원이 집중되는 대회입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온 나라가 슬픔에 잠긴지 1년 후, 하코네 역전마라톤대회 우승팀에는 후쿠시마 원전폭발사고로 고향을 떠나야 했던 후쿠시마 출신의 선수가 있었습니다.

그는 좌절한 고향 사람들에게 힘을 주려고 죽을힘을 다해 달렸다고 합니다. 우승을 한후, 그는 눈시울을 붉히며 인터뷰에 응했습니다. “달리는 내내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내가 힘들었던 시간은 1시간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지금도 힘든 시간을 견디고 있는 내 고향사람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요즘은 여기저기서 지진이 난무하고 기아에 허덕이는 사람들이 무척 많습니다. 두고 온 내 고국 대한민국도 북한의 핵무기 보유로 걱정이 태산입니다. 이스라엘의 전쟁이 아랍권으로 퍼지지 않고 속히 종식되어야 할 텐데 그것도 걱정입니다. 러시아의 푸틴이 두 손 들고 전쟁을 일삼지 않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요즘은 반체제 운동을 하는 이들이 쥐도 새도 모르게 죽어나간다니 이런 국가가 이 지구상에서 얼른 사라지기를 바랍니다.

유칼립투스의 꽃말은 ‘추억’ ‘기억’이라고 합니다. 어려움을 당하는 나라마다 일본의 히로시마성에 살아남은 유칼립투스처럼 고난을 견뎌내기를 바랍니다. 재난대비가 잘 되어 있는 나라로 유명한 일본이지만 일본인들에게도 전쟁의 아픔을 기억해서라도 요즘처럼 힘들 때는 서로 격려하면서 살아가자고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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