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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교포 김민호의 파란신호등> 일본은 지금 ‘한본어’시대 


세계적인 한류바람은 일본에서도 대세를 이루고 있습니다. 언젠가부터 일본의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한본어’가 유행하여 퍼지고 있습니다. 한본어란 한국어와 일본어의 단어를 섞어서 새로운 문장을 만드는 일종의 놀이문화입니다. 한일커플인 우리부부도 요즘 재미있다며 한본어 놀이에 푹 빠져 있습니다.

오래전 일본어를 처음 접할 때의 기억이 떠오릅니다. 벌써 20여년이 지난 일입니다. 지인의 소개로 홀로 일본으로 건너온 어린 나는 오직 직장일에만 온힘을 쏟았습니다. 그런데 아무 낙이 없던 나에게 현지적응을 위해 배우기 시작한 일본어가 무척 재미있었습니다. 일본어는 중국에서 유래된 한자와 일본의 고유문자인 히라가나와 가타카나를 조합해서 문장을 만듭니다. 한국어의 한글 사용법과는 많이 다릅니다.

한자는 주로 단어의 의미를 전달하고, 히라가나는 발음을 표현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가타카나는 주로 외래어와 외국인의 이름을 표기할 때 사용합니다. 이렇게 서로 다른 3가지 문자를 사용해서 문장을 만드는 방식의 일본어는 외롭고 공부도 많이 못한 나에게 새롭기도 하고 재미도 있어 나의 새로운 전공학문이 되었고 나는 그로 인해 새 힘도 생겼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게 밑거름이 되어 일본여자도 사귀고, 그와 결혼도 하고, 일본에 정착도 하게 되었습니다. 그 무렵 그 유명한 우리나라의 드라마 ‘겨울연가’가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처음으로 한류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는데 알고 보니 나도, 내 아내 메구미도 그 드라마에 푹 빠져 지냈더라구요. 아내도 ‘겨울연가’를 즐겨보면서 취미삼아 한글공부를 시작했다며 지금도 한글공부가 퍼즐을 맞추듯 재미있다고 좋아합니다.

아마도 자음과 모음을 조합해서 한글자 한글자를 만드는 글이기 때문에 재미있어 하는 것 같습니다. 사실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독창적인 형식의 우리 글, 한글이 나는 어깨가 으쓱하도록 자랑스럽습니다. 그때 한글공부를 한 것이 훗날 한국인 남편과의 인연이 되었다는 아내의 고백도 신납니다. 아내는 그 당시 인기 절정의 한국가수 ‘보아’의 CD를 가지고 있다고 자랑을 하며 한국 노래도 자주 흥얼거립니다.

 

먼 훗날에 결혼을 하게 될 두 사람이 서로의 얼굴도 모른채, 같은 한인 가수의 노래를 들으며, 같은 한국드라마를 보며, 하나는 일본어를, 하나는 한글을 배우며 같은 일본 하늘아래 숨 쉬고 살고 있었다는 것은 정말로 재미도 있지만,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섭리라는 생각에 가슴이 찡합니다. 일본어공부를 하면서 늘 기억에 남았던 문장 하나를 한국말로 적어봅니다.

ㅡ우리는 젊은 시절에 배우고 나이를 먹어가며 그 뜻을 이해하게 됩니다. 우리의 미래는 이미 시작되고 있습니다ㅡ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공부하던 나의 어려웠던 젊은 시절! 모든 게 지금의 행복한 생활을 위한 준비과정이었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한본어’처럼 아내와 더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면서 더 예쁘고 더 조화를 이루면서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하며 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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