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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현의 낮은 목소리> 화내지 말고 삽시다 


지구가 얼마나 뜨거워져야 직성이 풀리려는지 6월 중순부텨 시작한 90도를 오르내리는 폭염은 7월이 가고 8월이 코앞인데도 좀처럼 고개를 숙이지 않는다. 유독 동부만 그런가 싶었는데 알고 보니 지구 곳곳이 펄펄 끓고 있었다. 자연을 훼손하며 살아온 인간들에 대한 무서운 징벌인가.

여유를 부리면서 텃밭 일을 하고 있는데 더위에 지친 사람들의 짜증소리가 높아진 불쾌지수를 타고 뜨거운 열기로 몰려온다. 허기야 열대지방의 아프리카나 중남미 오지에서 생명구원하기에 급급한 선교사님들도 있는데 후방에서 더위투정을 하다니 이 무슨 신선놀음인가 싶다.


미국에서 오래 살면서 외국인들을 접해보니 유독 성격이 급하고 화를 잘 내는 사람은 역시 우리 한국 사람들이다. 화를 내는 것도 대개는 까닭이 없거나 있더라도 그 까닭이 자기 때문인 경우가 더 많다. 흔히 영어 소통이 안 돼서 일어난 오해를 상대방에게 뒤집어씌우거나 자기의 부족함이 드러나는 것이 두려워 지레 화를 내는 경우도 자주 만난다. 우리 할머니가 쓰시던 함경도 사투리로 “똥뀐 사람이 화낸다”는 격이다.

가끔 한국 고위층 위정자의 ‘격노했다’는 뉴스 보도를 접할 때도 멀리 산 넘고 바다건너 이곳 뉴욕까지 그 격노의 ‘화’가 전달되어 열로 다가온다. 유명세를 타고 아랫사람을 주눅 들도록 ‘화’를 삭이지 못하는 모습이 마치 잘 그린 그림처럼 선명하게 예까지 와서 박힌다. 극히 사소한 일이거나 자기 잘못을 덮기 위한 간교한 술책의 격노는 어느 누구라도 자신도 공동체도 모두의 불행일 수밖에 없다.

얼마전 미국에서도 11월 선거를 앞두고 유세를 하던 현장에서 화를 못 참고 총질을 하던 한 청년이 결국 자신의 생명을 잃고 끝이 난 사건이 있었다. 어리석은 짓이다. 폭력과 폭언과 분노는 참 어리석은 짓이다.

 

화는 스스로 다스려야할 일종의 병이다. 화를 내는 사람이 결국 지는 법이다. 우리는 참는 미덕을 자랑하는 민족이다. 그리고 ‘감정을 표현하지 말라’ ‘오래 참으라’는 훈육을 들으며 자랐다. 분노를 잘 이용하면 자기 정체성을 살릴 수도 있다. 예수님도 화를 내셨다. 우상을 섬기고 돈을 버느라 성전을 더럽히는 것을 책망하신 것이다. 구원과 직결되는 거룩한 분노, 사랑에 근원된 분노이셨다.

안타깝게도 우리 선조들은 자칫 울화병이나 일명 ‘화병’에 걸릴 정도로 분을 참고 사셨다. 화, 분노, 억울함 등을 표현하지 않고 평생 가슴에 묻어두고 살다가 Anger Syndrom 즉 분노증후군으로 죽어간 것이다. ‘화’는 다스리는 것이다. 신앙으로 다스려 승화시키면 더없이 최상이다. 젊어서부터 화를 다스리며 사는 법을 배워 성숙하게 성장하는 사람은 나이 들어 수많은 사람들이 쉬어갈 그늘을 드리우게 되고, 늙어도 화를 내는 사람은 자타가 공인하는 추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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