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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교포 김민호의 파란신호등> 가시 없는 생선


아내와 단 둘이 살고 있는 나는 식탁에 생선 2마리가 놓여있으면 제일 먼저 한 마리를 가시를 골라내서 아내에게 건넵니다. 언제부터인지 그렇게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습니다. 사실 나는 생선을 잘 먹지 않는 사람이었습니다. 생선을 싫어하는 게 아니라 먹기 전에 가시를 골라내야 하는 게 귀찮았습니다.

엄마 없이 자란 나는 어린아이의 목에 생선가시가 걸릴까봐 어머니들이 손수 생선 가시를 깨끗이 골라내고 가시 없는 생선을 아이에게 먹여주는 것을 모르고 자랐습니다. 덤벙대는 성격 탓에 몇 번 가시가 목에 걸려 고생했던 추억이 있은 후, 나는 점점 생선을 먹지 않고 살게 되었습니다.

 

어른이 되고나서 친어머니를 만나 어머니댁에서 지내던 어느 날, 식탁 중앙에 어머니가 구원주신 큼지막한 생선이 놓여있었습니다. 나는 성큼 가장 큰 것을 골라 정성스럽게 가시를 골라낸 다음 가시 없는 생선을 만들어 어머니께 드리며 “드세요”했습니다. 가시 골라내는 게 귀찮아서 생선을 아예 먹지 않던 내가 왜 갑자기 그런 행동을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평소 엄마를 많이 닮았다는 말을 자주 들어서인지 어머니도 나처럼 생선가시 골라내는 걸 귀찮아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무심코한 행동이고 별 일도 아닌데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라시는 어머니를 보며 나도 잠시 당황했습니다. “너 다른 사람에게도 이렇게 자상하니?” 예상치 못한 어머니의 질문에 마음속으로 나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아니요, 난 가시 골라내는 게 귀찮아서 생선을 아예 안 먹었어요”

남자들은 그런 일에 잘 감동하지 않는데 여자들은 작은 일에도 감동한다더니 어머니도 그랬습니다, “사실 어릴 때 엄마가 발라주는 생선을 먹고 싶었어요” “사실 나도 생선을 좋아해요” 나는 어머니가 구워놓은 생선 앞에서 줄줄이 할 말이 많았지만 입밖으로 튀어나오진 않았습니다.

 

가정을 이루고 사랑하는 아내를 만나고부터 나는 식탁에 생선이 보이면 무조건 가시를 골아내고 가시 없는 생선을 만들어 아내에게 줍니다. 더 이상 생선가시가 귀찮지 않습니다. 아내가 그런 내 행동에 감동하길 기대하지도 않습니다. 그냥 그렇게 하는 게 좋고 마음이 편해서입니다. 뒤늦게 엄마를 만나서 잠시 행복했는데 왜 어머니와 더 오래 더 자주 만나 생선을 발라드리지 못했는지 아쉽습니다.

그러나 후회는 하지 않기로 합니다. 어머니들은 자식이 생선가시를 골라내서 자신에게 준 것을 먹을 때보다 자신이 건네준 가시 없는 생선을 먹는 자식의 모습을 볼 때가 더 행복하다는 사실을 조금은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8월 18일, 울엄마의 생일! 하늘나라에 계신 엄마를 마음껏 그리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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