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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호의 일본이야기>후리소데 기모노를 보면서

사람마다 인생의 전환점이 있습니다. 잘못에서 되돌리는 전환점, 가난에서 풀리는 전환점, 사업성공의 전환점, 내 경우는 홀로서기를 시작하게 된 시점이 내 인생의 첫 번째 전환점입니다. 학교에 다닐 청소년기 때는 열심히 돈을 벌어 새어머니께 드렸고, 새어머니는 어머니가 낳은 딸을 위해 그 돈을 쓰셨습니다. 물론 오빠가 동생을 뒷바라지 할 수도 있지만 내 자신도 교복을 입고 고등학교에 다닐 나이였으니 아픈 추억입니다.

어느 날, 독립해야겠다고 돌아선 날이 있었습니다. 생애 첫전환점이었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친어머니의 존재를 알려주신 것도 나를 세우는 계기가 되었고, 독학하며 검정고시를 거쳐 사이버대학을 수료한 것도, 친어머니를 만나 생명의 빛 예수 그리스도를 믿게 된 것도, 내 인생을 감사의 생애로 돌아서게 된 전환점이었습니다. 그리고 아무도 모르는 허허벌판 일본에서 착한 일본인 메구미를 만나 결혼한 것은 내 생애 최상의 행복전환점이었습니다.

 

내가 꿈꾸던 가정을 이룬 날, 착한 성품의 아내는 의지가지없는 한국인 떠돌이 나에게 안착의 선물을 안겨주었습니다. 아내도 후리소데 스타일의 기모노를 벗어놓고 나와 결혼한 것이 한점 후회 없는 정착이었다고 고백합니다. 후리소데 기모노는 일본의 전통복인 기모노의 한 종류로 팔부분이 넓게 제작되어 팔을 펼치면 마치 나비의 날개를 단 것처럼 화려하게 보이는 옷입니다. 무척 아름답습니다.

지난달엔 운전을 하며 퇴근을 하다가 날아갈 듯한 후리소데 기모노를 입고 추위도 무릅쓰고 삼삼오오 거리를 쏘다니는 앳된 여성들을 보게 되었습니다. 생각해보니 일본의 성인식 날이었습니다. 일본에서는 제법 큰 행사입니다. 20세가 되는 젊은 여성들이 이 옷을 입고 참석하는 매년 1월 둘째 월요일에 행해지는 행사입니다. 아내도 후리소데를 입고 성인식에 참여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아내는 이제 더 이상 후리소데는 입지 못합니다. 결혼한 기혼여성은 자격이 없기 때문입니다.

 

결혼한 여성은 새인생이 시작되었으니 마음을 동여매듯이 긴 소매를 활동하기 편하게 여미는 것을 입습니다. 그런데 결혼식용 긴소매를 짧게 여미는 기모노 시대도 지난 것 같습니다. 너도나도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고 결혼식을 하며 그에 맞춰 긴머리를 짧게 자르는 것으로 인생의 새전환점을 맞는 새로운 트렌드로 변했습니다. 처녀 때 입던 후리소데의 긴소매를 짧게 수선해서 입는 알뜰족도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짧은 머리, 긴머리, 긴소매를 짧게 여미는 기모노 등에 관심이 없습니다. 아내의 후리소데는 보물처럼 보관을 했고, 결혼식은 웨딩드레스를, 피로연은 둘 다 한복을, 그리고 선물은 우리가 좋아하는 성경구절을 각자의 반지 안쪽에 새겨 넣어 새언약의 의미로 주고받았습니다. 잊을 수 없는 새인생의 전환점이고 축복의 전환점이었습니다. 지금은 매해 감사의 날로 그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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