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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호의 일본이야기> 레이와 Start! 

Writer's picture: 하베스트하베스트

새해가 밝았습니다. 일본 사람들은 “레이와 start!”를 외치며 환호로써 새해를 맞습니다. 그리고 가족들이 함께 오세찌를 먹으며 서로 축복합니다. 나도 일본인 아내 메구미와 함께 ‘레이와 Start!’를 외쳤습니다. 이제는 익숙한 새해맞이의 방법입니다. 달력에는 2025년 밑에 ‘레이와 7년’이라고 연호가 표기되어 있습니다.

중국문화권의 나라이지만 일찍부터 서구문화를 동경하던 일본은 근대화 이후 서양의 나라들처럼 양력을 사용합니다. 그러나 ‘레이와 7년’을 모르는 사람이 없습니다. 내가 태어난 년도는 ‘쇼와 54년’이고 내가 일본에서 처음 비자허가를 받은 때는 ‘헤이세이 24년’, 그리고 올해는 ‘레이와 7년’입니다.

 

일본은 왕이 바뀔 때마다 연호를 새로 계산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건강검진 때나 각종 서류를 작성할 때는 연호를 계산해서 적어야합니다. 그래서 일본법에 따른 연도표를 숙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명절은 해마다 1월 1일, 새해 첫날입니다. 뭔가 안 맞는 것 같지만 그것도 익숙해져 있습니다.

그런데 12월 25일은 모릅니다. 예수도, 성탄절도, 크리스마스도 모릅니다. 물론 그날은 공휴일도 아니고 노는 날도 아닙니다. 평일처럼 장사도 하고 회사도 나가고 관공서도 문이 활짝 열려 있습니다. 그러면서 12월 23일, 일본천황의 생일을 공휴일로 지정하고 천황을 신의 아들이라고 믿고 삽니다. 참 가엾고 딱한 일입니다.

영어의 Before Christ나, 라틴어 Anno Domini의 약자인 BC나 AD를 쓰면서도 예수님의 탄생을 중심으로 전후가 달라진 것을 모릅니다. 서기를 쓰면서도 정작 예수님을 모릅니다. 그래서 아직도 크리스찬이 1퍼센트가 안 되는 일본을 어떻게 이해를 해야 할까요. 그래서 나도, 내 아내 메구미도, 일본의 크리스찬들과 함께 일본의 복음화를 위해 기도하며 2025년 새해를 start합니다.

 

새옷으로 갈아입고 어른들께 세배하고 맛있는 거 먹으며 모처럼 세뱃돈도 벌 수 있는 한국의 설날이 생각납니다. 한국의 설날은 참 풍족합니다. 동네 전체가 기름 냄새로 가득하고 넉넉한 마음으로 몰려다니며 몇날 며칠씩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겨울방학을 즐기던 어릴 적 설날의 추억은 마음도 생각도 부자로 만듭니다.

간편하고 조촐하여 좋다는 일본식 명절이 점점 삭막하게 느껴지고 답답하게 여겨지는 것은 비단 나이 탓일까요? 요즘은 빈틈없이 완벽하고, 초근대식 문화생활이 왠지 마음의 여유를 빼앗기는 것 같은 생각이 지워지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가난하지만 연 날리고, 제기 차고, 코 흘리며 썰매 타던 동심의 세계로 날아가 넉넉하고 훈훈한 고향 설날을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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