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은 AI기술의 발전으로 온 세상이 떠들썩합니다. 스마트폰에 탑제된 AI기능이 그림도 그려주고 사진도 교정해준다고 합니다. 나는 그런 여러 AI기능 중에서도 제일 관심이 가는 것은 ‘자동외국어통번역기능’입니다. 처음에 일본에 와서 힘들었던 언어장벽 때문입니다. 그 당시는 구글로 길을 찾는다든지 AI자동통번역이라는 것은 상상도 못하던 때였습니다. 그런데 그 대신지금도 잊지 못하는 세 분의 천사들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살게 되었습니다.
첫 번째 분은 내가 일하던 회사의 거래처 영업사원입니다. 나보다는 30년 정도 나이가 많으신 분이었는데 그분을 생각하면 ‘내일’이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그분이 내게 일을 맡기며 “언제까지 이 일을 끝낼 수 있니?”라고 묻습니다. 나는 “내일”이라고 대답합니다. 모든 일을 내일까지 끝마칠 수가 있어서가 아닙니다. 처음 배운 일본어가 ‘내일’이라는 말이었고 나이가 어린 나는 당황하면 ‘내일’이라고 말해버리고 말았던 것입니다.
당연히 나는 내일까지 하겠다는 약속을 항상 지키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 영업사원은 왜 약속을 지키지 않느냐고 다그친 적은 내 기억에 없습니다. 다음날 그분은 다시 내게 “언제까지 이 일을 끝낼 수 있니?”라고 묻습니다. 나는 또 “내일”이라고 대답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서로 웃곤 했습니다.
두 번째 분은 택시기사 아저씨입니다. 그분을 생각하면 ‘괜찮아’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말이 서투른 외국인이 택시를 혼자 타는 건 되도록 피하고 싶은 일이지만 가끔씩은 꼭 택시를 타야만 할 때가 있습니다. 말이 어눌한 나에게 아저씨는 웃으며 “혹시 한국인?” “괜찮아”라고 다정하게 말을 걸어왔습니다.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데려다 줄 테니 긴장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었습니다. 그리고는 몇 살인지, 이름은 무엇인지를 물으며 긴장을 풀어주려고 애쓰시던 아저씨의 유쾌한 모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세 번째 분은 어느 대형 잡화점의 카운터 직원입니다. 그분을 생각하면 “내가 할게”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그 직원은 내가 물건을 사고 계산대로 향하면 주위의 동료들에게 “저 손님은 내가 할게”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말이 통하지 않아 서로 애를 먹었던 적이 있었는데 그걸 기억하고 귀찮아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이 계산하겠다고 나서주는 것이었습니다. 분명 그분은 책임감도 강하고 배려심도 깊은 사람이었을 것입니다.
어수룩하고 나이도 어린 이방인 청년에게 친절을 베풀며 미소 지어주시던 그분들은 미처 일본땅에 적응하지 못한 외국인인 내게 분명 천사였습니다. 내 머릿속 ‘내일’ ‘괜찮아’ ‘내가 할게’라는 이름으로 저장되어 있는 천사들! 지금 그분들을 만난다면 나는 유창해진 일본어로 “그때 고마웠습니다”라고 진실한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나의 세 분 천사님들! 어디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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