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어진다는 건 아쉬운 일이고, 잊어야 한다는 건 슬픈 일이다. 거실과 안방에서 우리가 편하게 좋은 영화를 골라보며 손안에 넷플릭스를 들고 IT첨단시대를 만끽하는 사이에 한때 문화의 한복판에 섰던 한국의 영화관들이 추억의 명물로 사라지고 있었다.
“늘어나는 적자를 버티며 코로나 팬데믹을 막판까지 참고 지냈는데 때마침 등장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에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운영진들의 허탈한 변이다. 역지사지, 누구라도 관객 없는 텅 빈 극장건물을 마냥 지킬 수는 없는 노릇, 천만번 이해되는 말이다.
실로 66년만에 막을 내리는 추억의 명소였던 ‘시네마 천국’. 충무로의 상징이던 ‘대한극장’. 참 아쉽고 아깝다. 거대 명작을 기억한다는 분, 함께했던 친구를 연상한다는 분, 웃고 울었던 저마다의 추억을 안고 찾아온 이들의 발걸음은 쉬이 그곳을 떠나지 못한다.
여든이 넘은 어느 분은 1962년에 개봉한 명작, ‘벤허’를 보고 나오면서 새로운 인생을 체험한 풍성함을 느꼈다고 한다. 중학교 때 단체관람으로 ‘백 투 더 퓨처’를 봤다는 분은 그 당시엔 더없는 엄청난 명소였다고 말한다. “그때는 데이트 코스로 영화관이 필수였어요” “상영관이 엄청 컸던 기억이 나요” 모두의 추억을 뒤로 하고 한국의 극장은 IT에 밀리고 넷플릭스에 밀려 추억의 명소가 되었다.
“추억이 사라지는 느낌이에요” “일부러 왔어요” “학창시절 때도 와서 보고 그랬는데 마지막이라니 아쉬워요” “기분이 착잡해요” “영화관에서 보는 맛이 있잖아요. 영화 얘기도 하고 차도 마시고” “집에서 혼자 OTT로 보는 것과 다르잖아요” 없어지는 극장이 모두들 아쉽다. 그래서 그곳을 찾아와 서성이고 배회하다 돌아간다.
1958년 문을 연 충무로의 터줏대감이자 한국영화의 상징이던 대한극장은 이미 새로운 공연장으로 안에서 이미 많은 탈바꿈을 했다고 한다. 세계적인 공연장으로 변모하여 영국과 미국에서 흥행하는 유명공연을 선보인다는데 속히 그날이 오기를 고객의 한사람으로서 고대하며 기원한다. 단성사와 명보극장은 2008년에, 서울극장은 2021년에 차례로 문을 닫았고, 피카디리는 2015년에 CGV에 운영권을 넘겼다.
코로나 때 궁여지책으로 마련된 온라인이 어느새 세상을 온통 인터넷으로 물들였고, 너도 나도 손안에 인터넷을 하나씩 들고 다니며 여행안내부터 시장보기까지 일상을 처리하며 사는 세상이 되었다. 가히 IT문명시대이다. 그 덕으로 <원더풀라이프>독자들과도 가만히 앉아서 국경을 넘나들며 ‘인터넷 닷 컴’으로 핫한 한국의 뒷골목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리라.
아이러니 한 것은 사라지는 유명 극장들이 아깝다는 이야기를 이렇게 하면서도 우리는 결코 문명을 거슬러 뒤로 되돌아가기 싫은 편함에 이미 길들여져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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