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닷없이 나라를 뒤흔들던 엊그제의 어마무시한 6시간 ‘비상계엄’의 두려움과 마음을 눌러대던 그간의 아픈 추억을 연말의 세월에 담아 ‘아듀’한다.
얼마전 어른이 된 후 처음으로 넘어졌다. 입에서 피가 엄청 났던 큰 사고였다. 순간, “입술로 범죄 하지 말라”신 말씀이 떠올랐다. 재빠르게 회개를 하면서 “엄마가 어제 입으로 범한 죄가 있었거든. 이빨이 흔들리지 않으니 그냥 집으로 가자” 병원으로 끌고 가는 며느리를 설득했으나 결국 치과까지 끌려가 사진 찍고 법석을 떨다가 연고 하나 사들고 집으로 왔다.
찢어진 입술에선 계속 피가 흐르고 입안은 여전히 얼얼 아픈데 갑자기 웃음이 터졌다. 넘어지면 응당 다리나 팔에 깁스를 하거나 깨진 안경이나 멍든 얼굴이 그 후속인데 나는 어떻게 범죄한 입술만 기술적으로 깨져 피가 철철 흐르는지 탄식이 절로 나왔다. “하나님도 참ㅡ”
“어떤 상황에서도 교회를 원망하면 하나님이 벌 하신다”며 잔소리했던 내가 직접 당한 꼴이 다. Drive License 리뉴에서 불합격, 운전을 못하여 교회장기결석을 하면서 내심 교회차량이 와주기를 바랐던 나는 아이처럼 삐졌고, 하나님은 나의 그 속마음을 꿰뚫고 계신 거였다.
사춘기 청소년처럼 ‘은퇴병’을 앓고 있던 늙은 목사인 남편은 “가만히 찌그러져 있어, 이 늙은이야”라는 장문의 욕두문자를 ‘평신도선교사’요 친한 나의 친구남편에게서 받고는 심장이 덜덜 떨려서 차에서 나오지를 못했다고 한다. 나도 덜덜 떨렸다. 가슴속 한이 맺히지 않고서야 내뱉을 수 없는 욕설. 우린 몇 년 동안 가슴앓이를 해왔다.
남편은 내 친구에게라도 사과를 받고 싶어 했고, 나는 찐우파인 친구의 친척 교수부부에게 SOS를 치며 기회를 마련했으나 허사, “스트레스가 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라는 심장닥터의 진단과 함께 남편은 그 무렵 긴급심장대수술을 받게 되었다. “교역자는 가시 돋친 사람을 피하며 살아야한다”는 명답을 내놓으며 수술대에서 기적적으로 깨어난 남편은 “다시는 우파좌파 동영상놀음을 하지 않겠다”는 말을 한동안 입에 달고 지냈다.
은퇴하면서 몇 년간 우파동영상을 퍼 나르더니 좌파골수분자에게 된통 당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무슨 소용인가. 수술후 사실상의 정상적인 삶이 정지되었다면 너무 아픈 표현일까? 하여튼 이젠 잊어야할 과거지사로 ‘아듀’를 한다.
트럭운전사를 채용하려고 사장이 인터뷰를 했다고 한다. 나이는 몇인가? 결혼을 했는가? 자식이 있는가? 극히 간단한 질문을 하더니 떨어졌다. 이유는 간단했다. 자식이나 아내가 있으면 운전 스피드를 내지 못할 것이니 회사가 손해라는 것이다. 정말 나쁜 사장이다. 본래부터 나쁜 사람이 있다. 좋은 사람은 어떤 상황에서도 나쁜 생각이 안 떠오르기 때문에 나쁜 마음도 안 생기고 나쁜 짓도 못한다.
나이 들면 마음에 맑음이 없어진다는 말은 그래서 틀린 말이다. 나이 들어도 맑은 마음, 좋은 사람이 있다. ‘평신도선교사’라는 간판을 내걸고 얼굴에는 웃음을 띠고 손가락은 인격살인 문자를 찍는 좌파는 참 나쁜 사람이다. 남편은 그걸 깨닫는데 심장을 갈아 끼우는 막대한 대가를 지불하고도 온전치도 못하다. 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여전한 것은 만인이 다 아는 대로 ‘순진한 목사’라는 네임이다. <원더풀라이프 발행인 박명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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