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샤인머스켓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절친이 있습니다. 샤인머스켓은 포도의 개량품종으로 일반포도보다 단맛이 훨씬 풍부하고 껍질째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포도입니다. 일본사람들이 많이 좋아하는 과일입니다. 아내는 수확기가 되면 그 친구로부터 도시에선 비싸서 쉽게 사먹기 힘든 샤인머스켓을 한아름 선물로 받아오곤 합니다.
우리는 받아온 선물 일부를 아낌없이 주위 친지들에게 다시 나누어줍니다. 귀한 과일이기도 하지만 엄청 많기도 해서 나누고 또 나누어 먹습니다. 매번 느끼지만 나누어 먹는 기쁨은 맛이 배가 됩니다. 마음 착한 아내, 메구미는 샤인머스켓을 먹을 때마다 바다건너 한국과 미국에 사시는 우리 친척들을 떠올립니다. 맛의 즐거움을 그들과 함께하지 못해서 아쉬운가봅니다.
이웃들과 무언가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은 감정을 가진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사랑입니다. 일본은 ‘24시간TV’라는 자선방송행사가 있습니다. TV를 통해 24시간동안 이벤트 방송을 하면서 이웃돕기기부금을 모금하는 프로입니다. ‘땡그랑 땡그랑’ 종을 울리며 산타복장을 하고 자선모금을 하는 한국의 크리스마스 이웃돕기 성금모금과 흡사합니다.
어린 시절 가난했던 우리집에 어느 라디오방송국 관계자들이 이웃돕기성금을 전달해주고 간적이 있었습니다. 어린 나는 그때 무지 창피함을 느꼈습니다. 그게 나 때문에 전달된 건지 감사인사를 해야 한다는 어른들의 말에 고개 숙여 인사는 했지만 사실 ‘내가 불우이웃인건가?’라는 생각만 머리에 꽉 차 있었습니다.
새엄마가 새엄마인지도 모르고 자라던 어린 나에게 ‘기부금’이라는 단어는 너무나 생소했습니다. 누구 때문에 어떤 과정을 통해 성금이 전달되었는지, 또 그 돈이 어디에 어떻게 쓰여 졌는지는 전연 모릅니다. 그러면서 시간이 흘렀고 나는 그걸 까마득히 잊고 살았습니다.
사랑받지 못한 값을 하느라 사랑을 줄줄도 모르고 받을 줄도 몰랐을까요? 하여튼 어른이 되면서 달라졌습니다. 이웃사랑의 감정이 생기고, 순간순간 가슴이 뜨거워지고, 온정의 마음이 솟구치곤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돕고 보내면서 나누는 즐거움에 가슴이 벅차곤 했습니다. ‘24시간TV’를 보면서도 그렇습니다.
아무리 돈 많은 부자도 세상에 가난을 사라지게 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나라 임금도 가난은 구하지 못한다는 속담이 있나봅니다. 어린 시절 내가 받은 기부금도 나를 가난에서 구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런데 어른이 되어서 알게 된 분명한 사실은 기부하는 선한 마음들은 선한 영향력을 미친다는 것입니다.
그 증거로 ‘24시간TV’를 보면서 나는 나도 모르게 도움이 필요한 이웃들에게 손을 뻗치기도 하며, 제발 이 귀한 성금들이 올바로 잘 쓰여 지게 해달라는 기도도 드리곤 합니다. 선한 끝을 분명히 이루시는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이 성스러운 크리스마스 시즌에 아기 예수님의 축복이 그대들에게 있기를 바랍니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