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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독자글방> 나한테서 할머니냄새가 난대요


할머니와 단 둘이 사는 어린이가 친구들에게 놀림을 당했다. 할머니냄새가 난다는 이유에서다. 친구들의 놀림에 마음을 다친 어린이는 선생님에게 물었다. “나한테서 할머니냄새가 난대요. 그게 어떤 냄새인가요?” 어린이의 마음을 헤아린 초등학교 교사는 솔로몬의 지혜 같은 명답을 내놓았다.

“그 냄새는 그리운 냄새, 곁에 있으면 마음이 푸근해지고 넉넉해지는 냄새, 많은 걸 받아줄 것 같아서 자꾸 툴툴거리게 되는 냄새야” “나도 어렸을 때 할머니가 키워주셨는데 할머니와 19세 때까지 같은 침대에서 잤어. 그래서 할머니 냄새를 잘 안다”라고 했다. “그런데 이제는 할머니 냄새를 맡을 수 없어. 할머니가 너무 나이가 드셔서 하늘나라에 보내드렸거든” 선생님의 답변은 계속되었다.

“어른이 되고도 가끔 할머니가 너무 보고 싶고 할머니냄새가 그립고 맡아보고 싶었어. 그래서 할머니 옷장을 열고 엉엉 울었던 적이 있었어” 옷을 다 정리해서 더는 할머니냄새를 맡을 수 없었다는 선생님의 이야기는 제자에게 평생 기억에 남을 소중한 할머니 이야기였다.

 

따듯한 네티즌들의 마음도 전해졌다. “답변이 너무 따뜻하다” “아이가 상처받거나 주눅 들지 않게 마음 써주는 게 보이는 현명한 답변” “인류애 충전했다” 등등

세상은 아직 훈훈하고 착한 사람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할머니냄새는 노인 특유의 냄새다. 40대부터 노화로 인해 나는 냄새는 나이가 들면서 활동량 감소와 신경계 퇴화로 냄새는 극대화한다. 물론 할아버지냄새도 있다. 그런데 그 전문적인 용어나 그 대책을 논하려는 게 아니다. 친구들이 본인에게서 할머니 집 냄새가 난다고 하는데 그 냄새가 좋은 건가, 나쁜 건가가 궁금한 어린이에게 선생님의 감동적인 답변을 적고 싶었다.

“그래도 친구들이 그런 얘기하는 게 신경 쓰이면 선생님이 하라는 대로 하면 된다”는 선생님의 결론으로 이야기는 종료된다. 매일 양치한다/ 매일 한 번은 샤워와 머리 감기를 한다/ 매일 옷을 갈아입는다/ 손톱과 발톱을 일주일에 한 번씩 자른다/ 세수할 때 귀 뒤와 목뒤도 비누로 닦는다/ 겨울 점퍼의 손목부분에 때가 타면 빨아 입는다.

 

선생님의 명답으로 이 어린이는 깔끔한 몸으로 친구들과 씩씩하게 잘 지냈을 것이고, 예쁘게 성장하리라 생각한다. “현명한 답변이다” “제자를 진정으로 생각해주는 선생님” “정말 멋진 어른이다” “답변하신 분 인격이 눈에 보인다” “내가 다 감사하다” 수많은 네티즌들의 좋은 반응에 나도 덩달아 힘이 난다. <에스더김/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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