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독자글방> 사랑해선 안될 사람
- 하베스트

- 22 hou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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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부활절이 되니 노란 금니를 드러내며 환하게 웃던 친구의 얼굴이 떠오른다. 그 친구와 나는 함께 부활절연합예배를 다니고, 함께 CCC활동을 하며 개척교회를 찾아 부활절순회찬양을 다니던 다정한 친구였다. 그런데 이래저래 만남이 뜸해지면서 마음속 그리움으로 쌓인 친구다.
친구는 대학졸업장을 받던 날, 본부인과 이혼을 한 애인이 이혼장을 졸업선물로 들고 왔다며 승리한 듯 기뻐했었다. 그리고 결국 ‘아리랑 드레스’라는 멋있게 디자인한 특별한 한복스타일의 예복을 입고 일류호텔에서 공주마마처럼 꾸미고 결혼식을 올렸다.
친구는 돈 많고 자상한 신랑이라고 자랑하며 결혼식 내내 홍조띤 얼굴로 자기 부모님의 한탄도, 눈물도 보지 못하며 식장을 누볐었다. 그런데 허니문 기간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남편이 자기 아들이 아프다며 이혼한 전부인집에 자주 들락거린다고 했다. 아들을 데리고 병원을 다녀오며 계속 저기압이라고도 했다.
알고 보니 그 아들의 병명은 소아마비였다는 것, 남편은 자식을 위해 물불 안 가리고 아들 치다꺼리에 힘을 쏟는다고 했다. 그때부터 친구는 날마다 끙끙 앓았다. 남편이 집에 안 들어오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천진한 어린아이가 점점 몸이 굳어 불구의 몸이 되어가는 걸 차마 볼 수가 없다고 했다.
죄책감이 들어 힘들다고 했다. 힘들어하는 친구를 보면서 나도 힘이 들었다. 더 뜯어말리지 못한 걸 짜지게 후회가 되었다. 나이 들면 농어촌을 다니며 아이들도 가르치고 어르신들도 섬기며 봉사를 하자던 친구는, 그때부터 남편의 소아마비아들을 아예 자기 집으로 데려와 등에 들쳐 업고 병원을 다니며 지극정성 안고업고 그를 거두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그후 20여년이 흐른 지난 주말, 나는 모든 일상을 뒤로하고 오랜만에 그 친구집을 찾았다. 중년의 우리는 두 손을 마주 잡고 친구집 뒤쪽 등산로를 따라 올라가 꽃향기 그윽한 곳에 자리하고 앉았다.
남편의 소아마비아들을 친아들처럼 케어 하면서, 스트레스성인지 이유도 모를 피부병으로 시달리는 이미 중늙은이가 된 남편을 잘 보살피는 것이 자기에게 주어진 삶이라는 친구의 목멘 목소리가 내 가슴을 후벼 팠다.
남의 사랑을 파고들어 한 가정을 파탄 낸 사랑, 호감의 노예가 되어 빚어진 사랑, 그 빚을 갚으며 살겠다는 친구의 지론이 가여웠다. 유독 착하던 친구, 유독 이해심이 많던 친구, 우리는 서로 부둥켜안고 울며 헤어졌다. 집으로 오는 차안에서도 나는 친구와의 추억속을 헤맸다.
그런데 집에 들어서면서 등 뒤쪽서부터 열이 나더니 온몸이 불덩이 같았다. 아들과 남편의 돌봄에도 나는 침대와 소파를 옮겨가며 벌써 3일째 누워있다. 밥맛은 쓰고 머리는 천근이다. 오늘은 누운 채로 기도를 드렸다. “부활하신 주님! 나를 불쌍히 여겨주세요. 내 친구를 불쌍히 여겨주세요!” 주르르 눈물이 쏟아졌다. <직장인 김원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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