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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독자글방> 크리스마스와 3만원 



경기가 안 좋고 세상이 소란스러운 가운데서도 크리스마스가 되니 그래도 동네마다 온정이 넘나들고 거리마다 축제분위기로 무르익었다. 누구라도 붙들고 축복해주고 싶은 좋은 날이다. 나도 모처럼 멋지게 차려입고 몇 군데 인사차 들리며 기분을 내며 돌아다녔다. 그런데 오랜만에 구두를 신어서인지 추위 탓인지 다리가 저리고 아파왔다.

어서 집에 가서 두 다리 쭉 뻗고 쉬어야지 하는 단 한 가지 생각에 꽉 차서 골목어귀에서 마주친 노점할머니를 외면하고 잽싸게 집으로 들어와 현관문을 열었다. 집안의 훈훈한 공기가 코끝에 닿았다. 거짓말처럼 저리고 시리던 발끝이 열을 받았는지 금방 말끔해졌다.

그리곤 길 건너 길거리 노점할머니가 마음에 걸려왔다. 추운날씨에 그거 몇줌 사오면 그 할머니도 추위에 좀 일찍 집에 들어가고 나도 반찬걱정 없으련만 그냥 지나쳐온 게 영 찜찜했다.


거슬러 올라가 땀 뻘뻘 나던 지난여름, 내 막내아들또래 남학생의 선행이 마음에 파도를 일으키며 떠올랐다. “할머니, 제가 살게요” 길거리 노점에 벌려놓은 할머니의 물건 앞에서 비상금을 털어 할머니에게 건네준 어린 학생의 사랑의 마음이 어른인 나의 낯을 뜨겁게 달구었다.

할머니는 손수 지은 농작물을 거리에 펼쳐놓고 오가는 손님들을 상대로 물건을 파시는 분이라 했다. 호박잎, 부추, 콩 등등 손수 공들여 심고 다듬고 수확한 열매들을 판다고 했다. 푹푹 찌는 폭염속에서 중2짜리 어린학생이 할머니 앞에 불쑥 나타나 비상금 5만원 중 3만원을 쭈뼛거리며 건넸다는 것.

3만원이면 자기의 전재산중 3/5이다. 한푼 두푼 모은 돈이라 했다. 글자그대로 선행이다. 천사다. 이를 지켜본 바로앞 공방주인이 SNS에 올려 나에게까지 전해졌고 오늘 나는 그 선행에 발목이 잡혀 지금 새삼 얼굴을 붉히고 있는 중이다.

 

할머니가 억지로 손에 쥐어준 콩 한 봉지를 들고 돌아갔던 그 학생의 크리스마스가 궁금하다.

ㅡ이런 학생도 있구나! 학생의 앞날에 꽃길만 가득하길! 칭찬합니다~응원해요. 크면 사회를 이롭게 해주는 멋진 어른이 될거임. 이래서 세상이 망하지 않는군요. 대한민국의 미래이기를! 나라를 지키는 주인공이 될 날을! 제자논문 가로챈 교수는 부끄러워해라. 정치하는 자들아, 어떤 것이 참 인간이냐? 부하직원 집 변기청소 시킨 의원양반아ㅡ

칭찬부터 정치인들 훈계까지 이어진 댓글이 이번 성탄시즌엔 내 마음의 훈훈한 교육으로 찾아와 주었다. 그래서 다짐하노니 이제부터 좀더 어진마음으로 이웃을 사랑하며 섬기는 크리스찬으로 살아갈 것을 기도, 다짐, 결심합니다! <고양시 / 김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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