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독자글방> 빨강색 옷을 입었다고 사과를 해요?
- 하베스트

- Jul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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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연예인이 딸의 인생을 걸고 맹세를 한다는 선언을 하고 있었다. 무슨 잘못을 얼마나 크게 했길래 귀한 자식의 인생까지 걸면서 흑백을 증명하는지 궁금해졌다. 알고 보니 대선을 하루 앞두고 빨간색 옷을 입고 유튜브에 등장한 것이 어느 특정 정당을 지지한 것이 아니라는 해명을 그토록 거창하게 하는 것이었다.
그로써 상황이 종료되었는지는 잘 모르지만, 빨간 티셔츠를 입고 있던 나는 어이가 없어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러나 아무리 따져 봐도 나는 사실상 청바지에 빨강계열이나 파랑계열의 티셔츠를 빼면 별로 구색을 맞추기도 힘들지만 연한 색으로 구색을 맞추면 일하는데 금방 더럽혀지기도 하고 사람이 맥아리가 없어보여서 지금의 복장을 고수하려고 한다.
작업이 주업무인 나는 청바지 몇 개에 여러 티셔츠를 쟁여놓고 간편 편리 위주로 살아왔다. 그런데 그 연예인 사과 사건이후 자꾸만 신경이 쓰여서 색깔 노이로제에 걸렸는지 자꾸만 옷에 신경이 쓰인다.
그렇다고 작업을 하면서 정장으로 꾸미고 출근을 할 수도 없는 노릇, 옷이야 적성에 맞게 입으면 되는 것이고 일하면서 간편하게 입으면 되는 것이거늘 일반 서민들 옷을 자기들 입맛에 거슬린다고 빨강파랑, 우파좌파 싸움에 끌어들이는 건 한 주권자로서의 국민을 귀하게 여기지 않는 처사 같아 은근 화가 치민다.
첫 월급을 타면 부모님께 빨간 내복을 사다드려야 귀신이 물러간다는 어느 내복장사의 기발한 아이디어가 지금도 판을 쳐 나는 친척언니의 보챔에 첫월급을 타서 어머니는 빨강에 흰줄 무뉘가 있는 티셔츠를, 아버지께는 빨강에 검은색 줄무늬가 있는 티셔츠를 사다드렸었다. 부모님은 운동을 다니시면서 1년을 넘게 그 빨강 티셔츠를 커플로 입고 공원을 누비셨고 나는 1년 내내 기분이 좋았다.
젊어 보여 좋다는 건 부모님 쪽이고, 나는 빨강 원색을 입고 나가시는 부모님이 활력 있고 건강해 보여 좋았다. 어쨌거나 파랑이고 빨강이고 국민들을 이리저리 끌고 다니지 않았으면 좋겠다. 조카에게 빨강 풍선을 불어주다가 빨강색에 얽힌 연예인의 사과 장면이 또 스쳐지나가고 나는 또 한숨이 나왔다. ㅡ참 가엾은 대한민국 국민들ㅡ
공휴일을 끼고 며칠 휴가를 얻어 동남아 여행을 하고 돌아왔다. 오랜만에 출근을 하면서 모처럼 비행기를 타고 즐긴 기분도 있으니 화장을 예쁘게 하고 투피스를 챙겨 입고 출근을 서둘렀다. 구두까지 챙겨 신고 나서다가 다시 원점으로 돌려 바지에 티셔츠에 운동화로 갈아탔다.
살랑거리는 투피스를 훌훌 벗어 놓고 보니 몸에 맞지 않는 걸 벗어놓은 것 같아 속속들이 시원했다. 전철을 타려고 계단을 뛰어가는데 빨강색이 곳곳에 많고도 많이 눈에 띄었다. 역시 사람들은 개성대로 식성대로 먹고 마시고 입고 사는 거다.
오늘따라 출근하는 발걸음이 가볍고 산뜻했다. 그래 대한민국 만세다. <유은화/회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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