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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희의 인터넷 세상> ‘샘터’의 폐간 


나는 옛날 것이 편하고 좋다. 신정과 구정을 따져도 아이들 때문에 신정을 챙기기는 하지만 여전히 나는 구정이 정겹고 명절답고 좋다. 그래서 어제도 곧 다가오는 설날 준비로 물김치를 담그며 한껏 마음 부풀어 수선을 피웠다. 어려서부터 몸에 밴 정든 설날이니 어른이 되어서도 설날은 한 결 같이 흥분된다.

오랫동안 함께해서 정든 것이 또 하나 있다. ‘샘터’잡지다. 학생 때부터 함께 나이 들어가며 정이 든 샘터는 한 손에 쏘옥 잡히고, 가방에도 쏘옥 들어앉을 수도 있어 좋았던 책이다. 무엇보다도 가난한 나의 돈지갑 사정상 큰 부담이 없어서 감사했다. 나는 매달 그 책을 통해 희로애락을 배웠으며 책속의 주인공들과 한 시대를 공감하면서 살았다.

그런데 55년을 끝으로 사실상의 폐간이라는 소식을 인터넷에서 접한 나는 쿵쾅거리는 새가슴을 안고 가까운 친구를 찾아 아픔을 나눴다. 어쨌거나 누가 저물어가는 종이시대를 붙들 수 있으며 누가 흘러가는 시대를 거스를 수 있겠는가.

 

1970년 4월 ‘창간호’부터 2026년 1월, 마지막 통권 671호까지 그야말로 가난했던 우리나라 종이책의 산 역사이니 “장하다 샘터!” 나는 박수를 보냈다. 어쩌다 독자원고가 채택되었다고 ‘샘터사’에서 스타킹을 상품으로 보내오면 나는 신춘문예라도 당선된 듯 으스댔었다.

우리나라의 경제개발을 일궈내던 사람들의 따뜻하고 진솔한 이야기, 기라성 같은 피천득 이해인 최인호 김형석 같은 글쟁이들의 원고, ‘샘터’덕분에 그간 한껏 배부르고 행복했었다. 이젠 누가 무슨 콘텐츠로 이 각박한 세상에서 아스러져가는 우리의 마음을 녹여주며, 어떤 낭만과 향수와 안정을 우리에게 심어줄지 모르겠다.

사람의 궁극적 목적은 행복이다. 책을 보든, 잡지를 읽든, 넷플릭스를 보든 그 목적은 마음의 안식이다. 왜냐하면 마음의 평안이 행복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찾던 좋은 책이 그러했듯 우리가 찾는 앞으로의 볼거리들도 그래야만 한다.

 

하여튼 앞으로 펼쳐질 미디어세상은 종이책 그 이상이 되어 주길 바란다. 아프리카인이 한국인보보다 빨리 늙고, 한국인이 유럽인보다 빨리 늙는다고 한다. 좋은 환경, 안정된 나라, 문화시민이 결국 오래 산다는 의미이다.

종이책의 시대가 끝났다는 것이 결국 문화국가 문화시민으로 되어간다는 의미일까? 세상문화가 온세계의 정치 경제 사회, 심지어 인간의 수명연장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모쪼록 좋은 환경, 좋은 사회, 안정된 문화를 우리에게 속히 안겨주십시오.

우리가 우리의 건강을 위해 좋은 음식을 골라 먹듯, 제발 우리의 머리를 맑고 청량하게 해줄 좋은 콘텐츠를 전자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심어주십시오. ‘미디어’라는 거대한 그릇에 풍성하게 담아 잘 먹을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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