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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철의 미국이야기> 기차 안에서 


나는 가끔 기차를 타고 로스앤젤레스로 출근을 합니다. 기차는 사실 낭만적 표현이고 실은 교통체증 때문에 겨우 22마일정도의 거리를 매트로 레일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절반정도의 시간이 절약되어 40분 정도면 내가 출근하는 학교에 도착을 합니다. 특히 기차를 타면서 잠깐이나마 창밖의 봄꽃나무들을 내다보고 아니면 책을 읽는 여유도 큰 유익입니다.

그런데 지난달 어느 날엔 일이 좀 있었습니다. 아침 통근기차에 올랐는데 거의 만석이었습니다. 그래서 아래층과 이층을 다니면서 빈자리를 찾았습니다. 마침 이층 중앙자리에 한자리가 비어 있었습니다. 비집고 들어가는데 반대편에 다리 긴 백인중년이 무릎에 랩탑을 올려놓고 작업을 하고 있다가 고개를 좌우로 살랑살랑 흔드는 것이었습니다.

좁은데 끼어들어오니 기분이 나빴다는 표현이었습니다. 나도 기분이 나빠졌습니다. 그래서 욕은 아니지만 기분 나쁘다는 표현을 하며 “You Idiotㅡ이 바보 멍청아”라 한마디 덧붙이며 일어나 아래층으로 내려와 문간에 서서 갔습니다.

 

도착역에 가까이 오면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무시당한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았지만, 그렇다고 “멍청이”라는 말을 한 것은 잘못이었습니다. 얼른 회개를 했습니다. 그러나 계속 갈등이 왔습니다. 회개했으니 다 끝났는가? 아직 목적지까지는 5~10분은 더 가야하는데 다시 2층으로 올라가서 미안하다고 해야 하는가?

잠시 갈팡질팡했습니다. 어쨌든 그 사람이 먼저 나에게 언짢게 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심한 말을 할 필요는 없었던 것입니다. 마음속 실랑이를 하는 동안 기차는 마지막 종착역에 도착했고, 나는 혹시나 그 사람이 같은 문으로 내릴까하여 사방을 둘러보았습니다. 끝내 그를 만나지 못했고 나는 찜찜한 마음으로 지하철 플랫폼으로 향해 걸어갔습니다.

회개란 종종 큰 죄들을 지었을 때 하는 기도라고 생각할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매일 매일의 삶 속에서 나의 잘못을 하나님께 고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상대방에게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말까지 해야 회개가 끝나는 것입니다. 물론 그 사람을 다시 만날 기회가 없을 수도 있고, 기회가 주어졌을 때가 있어도 머뭇거리다가 그냥 넘어가버릴 수도 있습니다. 그날 내가 그랬습니다.

수업을 하면서 나는 기차 안에서 있었던 좌우 사연과 나의 찜찜한 속마음을 학생들 앞에 털어놓았습니다. 백인에게 무시당했다고 느꼈을 때의 심정, 사과하지 못하고 돌아서서 오던 심정, 그리고 이제 앞으로 그런 일은 진정코 없어야 한다는 다짐 등 용서라도 구하듯 낱낱이 털어 놓았습니다.

마음이 좀 풀린 것인지, 동지가 생겼다는 착각을 한 건지, 흘러간 시간이 약이 된 건지 하여튼 그후 마음이 좀 편해졌습니다. 원더풀 독자들께도 이런 잘못을 하지 말자는 의미에서 이 사연을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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