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독자글방> 이름은 잊었지만
- 하베스트

- Jun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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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살이 넘으면 혼자 있는 게 편해진다는 말은 오래전부터 듣던 말이다. 그런데 나도 언젠가부터 기력도 딸리고, 사람들도 덜 만나게 되고, 일도 줄이게 되고, 점차 혼자 있는 시간이 편해졌다. 물론 외롭거나 쓸쓸하다는 느낌은 별개의 감정이다.
그러고 보니 내 나이 어느새 50이 훌쩍 넘었다. 세월 가는 줄도 모르고 일에 묻혀 살았다. 아니, 일중독에 스스로 뛰어들어 살았다는 말이 더 맞는 말이다. 의미 없는 관계가 피로로 다가오고, 만나서 수다 떨던 자체가 낭비 같아 싫었다. 대화의 밀도도 흐려지고 관계의 질도 느슨해졌다. 결국 그는 내 일상의 중요한 부분에서 멀어져갔다.
불필요한 감정싸움이 낭비 같아 싫었다. 남의 비위를 맞추는 일도 버거워 싫고, 말의 수위까지 신경 써야 하는 만남이 에너지의 소진이라 여겼다. 혼자 있으면서 먹는 거, 쉬는 거, 먹는 방식, 쉬는 방식, 생각의 흐름조차 자유 하니 안정감에 ‘편함’까지 연결되어가 좋았다.
혼자가 익숙해지면서 그동안 아름답게 수놓았던 마음속 그림들이 점점 지워져갔다. 밀린 숙제를 해치우 듯 마음이 시원해져갔다. 한때 목숨 걸었던 친구, 그를 위해 돈을 벌고, 그를 위해 방을 얻고, 그가 전부였던 게 ‘철없음’이었을까? 역시 세월은 약이다. 그래서 사람이 이기주의다.
혼자 사니 편하고 좋은 게 많다. 사회성이 사라졌기 때문이 아니다. 감정관리, 시간의 주도권, 관계 선별, 자기존중이 자라난 기분이다. 감성이 성숙한 것일까? 그러나 혼자도 잘 있고 잘 견딜 수 있게 되기까지는 아픈 살이 굳어지는 일정의 시간이 필요했다. 힘들었다.
돌봄이 없는 사람은 돌볼 사람이 떠나면서부터 스스로 서고 치유하면 되는 법이거니 그러나 치유와 돌봄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하나로 연결되어 있어 안과 밖의 구분 없이 서로 고리를 타고 순환한다. 그래서 시간이 필요했다.
방안에 어둠이 들이닥치면 불현 듯 이런 마음을 공감해줄 넉넉한 언니 같은 친구가 가끔 무섭도록 그립다. 와르르 마음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귀를 웅크린다. 두렵다. 그러나 옛날로 돌아가라거나, 잊어버린 세월을 찾으라 쪼아대며 설교조로 나무라는 사람은 결코 사양이다. 빛바랜 조각은 이미 추억의 자격을 잃은 것이다.
조언도 충고도 없이 그저 마주하면서도 아무 말 없이 감정이 전달되는 언니면 좋겠다. 날이 밝고 새아침의 태양이 떠오르면 나는 또 밤새 추억속을 헤매며 끌려 다니던 어리석음에 얼굴을 붉힐 것이다. 그러고 보니 새벽녘 꿈속에서 어릴 때 철없이 뛰어놀던 내 놀이터가 선명히 보였었다. 엄마손을 잡고 다니던 고향교회. 그 종각탑 밑에서 나는 옛날처럼 친구들과 조잘대고 종일 놀았는데~ 아~ 꿈이었구나. <서울거주 김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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