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호의 일본이야기> 케이 바카
- 하베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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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는 ‘케이 바카’라는 중고차 판매회사가 있습니다. ‘케이’는 경차를 말하는 것이고 ‘바카’는 ‘바보’라는 뜻과 ‘~만을’이라는 뜻이 있습니다. 그래서 회사이름을 해석하자면 ‘경차바보’입니다. 즉 “우리는 다른 차는 모릅니다. 경차만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전문가들입니다”라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기발한 작명센스입니다.
바보라는 말은 상대를 모욕하는 말이고 사람들이 듣기 싫어하는 말입니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서로 상반되는 두 가지 뜻을 갖고 있는 ‘바카’라는 말을 이런 식으로 자신이나 회사의 정체성을 어필하는데 활용하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한국에도 ‘딸바보’ 혹은 ‘아빠바보’라는 말이 있습니다. 재미있게도 일본도 그 말을 많이들 씁니다.
이런 말이 통용되고 있는 것을 보면 ‘바보’라는 말이 꼭 사람을 기분 나쁘게 하는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일본어 ‘바카’라는 말은 두 개의 한자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 하나는 우리에게 친숙한 동물인 ‘말’을 가리키고 또 하나는 ‘사슴’을 뜻합니다. ‘말’과 ‘사슴’은 어리석고 부족한 미물이라는 뜻이 아닌 좋은 의미로 ‘바보 같다’라는 말에 참 잘 어울리는 동물들입니다. 사실 ‘말’과 ‘사슴’은 호랑이처럼 사납지도 않지만 인간처럼 지혜롭지도 못합니다. 그래서인지 친근감이 느껴집니다.
‘말’은 달리기에 선수입니다. 아니 오직 달리기밖에 할 줄 모릅니다. 온순한 성격에 달리기 하나밖에 내세울게 없는 말의 재능은 오랜 시간 인간의 삶에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사슴은 얌전하고 순합니다. 언젠가 아내와 함께 사슴공원을 갔는데 한 사슴이 나에게 살며시 다가와서 내가 든 물병에 코를 마주 대고 서있는 것이었습니다.
아마도 물이 마시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그러나 원숭이처럼 빼앗으려고도 하지 않고 강아지처럼 짖지도 않았습니다. 다만 똘망한 눈으로 나와 물병을 바라볼 뿐이었습니다.
나는 그 사슴이 절대로 나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리라 느꼈습니다. 그 사슴에게는 사람을 편안하고 흐뭇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나는 그런 사슴을 보면서 바보는커녕 착하고 사랑스러움을 느꼈습니다.
요즘은 바보보다는 척척박사가 넘쳐나는 세상입니다. 인터넷이나 유튜브를 통해 알고 싶은 정보를 모두 흡수할 수 있습니다. 유튜브에서 이런저런 유식한 말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왠지 나만 많이 부족하고 모자라는 것 같다는 생각에 젖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해박한 지식과 정보들이 내 삶의 질을 높일 수는 있으나 행복해지는 데는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압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척척박사보다는 바보인 듯 살면서 이웃들에게 편안한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푹푹 찌는 여름입니다. 이럴 땐 더더욱 똑똑한 척 신경 쓰며 힘 빼지 말고 마음 편한 바보로 더위를 이겨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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