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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철의 생각해 봅시다> 중년남성의 여름 


참 덥다. 계절도 시대를 닮는지 정말 극성맞게 덥다. 냉면이나 냉커피로는 어림없는 열기다. 이럴 때 속에서 ‘화’가 치밀어 오르면 열불이 나서 집안은 쑥대밭이 된다. 스트레스 수치도 하늘을 찌른다.

여름의 본성은 역시 더운 것, 사람의 본성은 어떨까? 사람의 본성은 계절도 없다. 여름이 와도 가을이 닥쳐도 절대로 변하지도 않는다. 특히 중년 나이가 되면 부모형제 처자식 모두를 제쳐가며 자기중심적으로 완전히 굳어진다. 그 결과로 인생 말년에 처자식들에게 톡톡히 설움을 받기도 하고, 외롭게 혼자 늙어죽기도 한다. 속칭 자업자득이다.

이것을 통상적으로 “나이 들면 고집만 남는다”라 하고, 의학적 용어로는 ‘호르몬 작용’이라 하고, 가족들은 통칭 ‘옹고집’이라 한다. 그래서 자의든 타의든 가정에서는 서서히 도태되며, 직장에서는 꼰대의 닉네임이 붙으면서 퇴직의 수순으로 들어간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래서 어떻게든 그 옹고집을 고쳐야한다. 물론 어느 계기를 통해 변하려 노력하는 남자도 있고, 실제로 변하는 남자도 있다. 남에게는 얌전하게 굴며 체면치레를 하다가도 가족에게는 폭군으로 돌변하는 못난이도 있고, 상황정리를 못하고 어디서든 버럭 화를 내거나 토라지는 멍청이도 있다.

반대로 평상시와 다르게 강한 책임감과 배려심으로 돌변하며 들쑥날쑥 춤을 추다가 막상 특정상황이 닥치면 다시 본성으로 도루묵이 되는 남자도 있다. 모두 중년남성의 ‘갱년기 병’이다. 나도 아이들이 점점 성장해 성인이 되면서 가정에서 가장으로서의 견고했던 내 자리가 없어진 것 같은 때가 있었다. 공허하고 화가 치밀었다. 큰소리도 쳐보고, 혼자 있어보기도 했으나 일상유지가 어려웠다.

 

드디어 나에게도 ‘갱년기가 왔구나’했다. 기도하면서 티내지 않고 태연한척 했으나 외톨이가 되었다는 분함에 분통이 터지고 부들부들 떨렸다. “괜찮아, 좀 쉬면 좋아질거야” 책에서 읽은 대로 마음을 다독여보고, 블랙커피도 마셔보고, 과격한 운동도 시행해 보았다. 나만의 루틴을 갖고 육신은 피곤하게, 정신적으론 생각을 오래 붙잡아두지 않으려 노력도 했다.

하여튼 치졸한 꼰대가 되지 않으려 여러 방법을 동원해가며 애를 썼다. 그러자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내 안에서 스스로를 안정시키는 힘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묘했다. 거세던 감정의 파도가 점차 잠재워져 가는 것이었다. 주님께 감사했다.

이 나이에는 한발 뒷전으로 물러나 사는 것이 중년 나이에 걸맞은 가족의 버팀목이라는 마인드로 변해갔다. 다시금 가족들이 소중히 보이고 마음도 편해졌다. 그간 공연히 감정의 널뛰기를 한 것이 부끄러웠다. 한여름 중년의 터널을 나는 그렇게 요란하게 빠져나왔다. 거짓말처럼 머릿속 열불도 사라지고, 우두둑거리며 통째로 얼음을 씹어 먹던 습관도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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