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독자글방> 조강지처는 버리는 게 아니다
- 하베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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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드라마 같다는 비화를 일으키던 SK그룹 최태원 회장과 나비아트센터 노소영 관장의 이혼소송이 9년 만에 법적으로 종지부를 찍는가 했는데, 최태원 회장의 재상고로 또다시 시간을 끌게 생겼다. 그러나 법을 떠나서 대다수의 목소리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조강지처는 버리는 게 아니다”이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상 모든 나라의 눈초리는 대한민국의 재벌 최태원 회장을 쏘아보았다. 정부에 아부하며 재벌의 대열에 끼어서 “나에게 혼외자식이 있습니다”라며 직접 쓴 손편지로 만천하에 바람난 뻔뻔함을 공개하던 모습이 너무나 어처구니없어서였다.
자신의 바람피워 낳은 혼외자를 스스로 폭로하던 그의 철면피 모습은 도대체 어디서 나온 용기였을까? 그리고 그 속셈은 무엇이었을까? 창피도 두려움도 모르는 재벌의 거드름이었을까? 지옥불 모르는 비열의 극치였을까? 나는 그때 나의 젊은 날이 떠올라 눈물이 줄줄 흘렀었다.
내 남편은 돈만 던져주고 수십 년 떠돌이로 살던 사람이다. 그러던 어느 날, 두 아들을 데리고 나타나 용서해달라며 매달렸다. 나는 그 자식들을 떠맡고 남편을 받아드렸다. 이미 많이 성장한 딸에게 아빠의 손을 잡고 결혼식장을 들어가게 재주고 싶었고, 배안에서부터 슬픔을 먹고 자란 내 아들에게 아빠를 안겨주고 싶어서였다.
그리고 지금 나는 남편의 장례식을 끝내고 다시 홀로 말년을 향해 달리고 있다. 내 손을 타고 자란 남편의 두 아들은 효자가 되어 내 딸과 내 아들과 함께 친 형제자매처럼 가정들을 이루고 모두 내 둘레에 살고 있다. 물론 4남매가 모두 효녀효자로 행여 내가 몸살이라도 나면 돌봄을 돌아가며 하면서 나의 지킴이들로 들락거린다.
요즘은 노래교실이며 문화교실이며 평생 가정 돌보느라 내팽개쳤던 자신을 위해 살라는 아이들의 성화가 부쩍 늘었다. 나는 ‘보람이라는 말을 이럴 때 쓰는 것이구나’하며 감사한다.
베란다 창문밑으로 보이는 옆집 할배의 음식물쓰레기와 재활용품 설거지모습이 오늘따라 참 처량해 보인다, 남자들은 부인 없으면 폐인이 되어가지만, 여자는 남편이 없는 게 낫다는 말로 항상 나를 염려하던 친구가 갑자기 보고 싶어졌다. 나이 들면 남편보다 돈이 더 중요하다던 그 친구는 평생 내편이었다.
나는 간단한 도구 몇 점을 추려 배낭에 넣었다. 친구가 사주면서 믿음까지 챙겨주던 가죽성경책도 챙겼다. 친구와 동남아여행을 떠날 참이다. 수학여행을 떠날 때만큼이나 벅차올랐다. 운전대를 잡고 신나게 달리는데 12시 정오뉴스가 들렸다.
“아내를 잃은 남성은 전반적인 삶의 질이 악화하는 경향을 보이지만, 남편을 잃은 여성은 일시적인 외로움은 있으나 점점 삶의 만족도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미국 보스턴대학교와 일본 치바대학교가 공동연구로 발표했다는 보도다.
그런데 65세 이상 홀로 사는 일본여성의 행복도가 유독 높게 나왔다는 말이 나오자 나는 웃음보따리가 폭발했다. 무엇 때문이었을까? 하여튼 나는 폐달을 더욱 세차게 밟으며 친구집으로 달렸다. <서울거주 지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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