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의 생각해 봅시다> 추석날의 후회

사람마다 후회하는 것들이 다르다. 돈이 없는 사람은 젊어서 돈을 제대로 모으지 못한 것을 후회하고, 죽어가는 사람은 돈보다 시간이 중요하고, 지옥 꿈을 꾼 사람은 남을 돕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 그리고 성공을 못한 사람은 잃어버린 허송세월을 아까워한다.
그런데 나이가 많아지고 인생의 끝자락으로 가면서는 후회하는 것도 비슷해지고 소중히 여기는 것들도 같아진다. 왜냐하면 인생이란 늙고 병들면 거의 비슷한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나는 추석날이면 하는 후회가 있다. 남다른 추석의 아픔이기도 하다. ‘후회’를 주제로 다룬 요즘의 동영상들이 많아져서 한번 보았더니 하도 비슷해서 혹시 내 얘기를 하는가 싶다.
아마도 인생이 늙어가면서 하는 후회도 거의 비슷해지기 때문인 것 같다. 젊고 늙고를 떠나, 여자든 남자든, 돈이 많든 없든간에 사람은 늙고 병들면 모두 같은 곳을 향해 가기 때문에 ‘후회’도 결국 비슷해지는 것인가 싶다.
우리 어머님도 그런 ‘후회’를 하셨다. 나는 그때 어머님의 후회를 무의미하게 받아드렸다. 어머님이 무안해 하실 정도로 노인의 푸념으로 흘려 넘겼었다. 그게 추석날이었다. 모처럼 만난 어머님은 연약한 몸으로 가냘픈 손을 들어 나의 손을 잡고 가장 가까운 아들에게 “사랑한다, 고맙다”라는 말을 못해서 미안하다하셨다.
표현을 미루다가 마음을 전할 기회를 많이 놓쳤다고 하셨다. 자식이니까 어미마음을 알겠거니 해서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고 하셨다. 지금 생각하니 나도 그렇다. 따뜻한 말 한마디가 때로는 큰 위로가 되는데 중요한 ‘사랑’표현조차 자식이 다 크도록 제대로 하질 못했다. 후회막심이다.
어머님은 ‘건강을 너무나 가볍게 여긴 후회’도 하셨다. 건강이 나빠져서 아들에게 걱정을 안겨줘서 미안하다고 하셨다. 나도 정신 바짝 차리고 건강을 챙겨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 바쁜 환경을 탓할 일도 아닌데 아예 운동을 시도조차 하지 않은 후회를 하신다는 어머님의 말씀에 나도 공감이다. 그뿐인가. 일에 몰두하느라, 자존심 때문에, 귀찮아서, 피곤해서 등등 사연을 붙여가며 나는 결국 어머님을 비롯해서 친척들에게도 관계를 소홀히 했다.
어머님이 하늘나라로 떠나시고 안 계신 지금, 해마다 추석이면 나는 그 후회를 처절하게 한다. 추석은 어머님을 그리며 어머님을 생각하는 날이기 때문일까? 아니다. 추석 때나 겨우 고향에 내려가 어머님을 만나던 나에게 어머님은 이런저런 ‘후회와 사과’를 하셨고, 나는 낯 뜨거워 얼른 자리를 피하려들던 후회를 이제서 하는 것이다.
그리고 어머님을 향한 절절한 후회의 옷깃을 여미고 앉아서, 지금 마음 깊숙이에서 부모로서 아버지로서 자식사랑의 마음을 아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것이다. 그간 ‘이유 없이 멀어진 마음’들을 녹여내고 앞으로는 후회 없이 추석을 맞고 싶다. ‘관계’는 돌보지 않으면 결국 허물어지는 법, 그래서 이런저런 ‘인연의 관계’를 추석날을 기해 가꾸고 다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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